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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덮치는 결핵…80세 이상 잠복결핵 치료는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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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8.21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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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자 발생률 10만명당 496명 ‘최고’
가족 접촉 땐 10만명당 1517명 달해
잠복결핵 치료 완료하면 최대 90% 예방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황여순(가명·84)씨는 결핵을 앓던 남편을 간호하다 결핵균에 감염됐다. 병원 검사에서는 잠복결핵이 확인됐지만 나이가 많고 평소 복용하는 약도 많아 곧바로 치료 받기를 망설였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를 미루던 사이 결국 결핵이 발병했다.

80세 이상 고령층 중 결핵환자와 접촉해 결핵이 발생한 경우가 1년 새 50% 넘게 늘었다. 접촉자 10만명 당 결핵 환자도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잠복결핵 치료를 시작한 80세 이상 고령층은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고령층에 결핵 위험이 집중되고 있지만 예방적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가장 낮은 셈이다.

OECD 결핵 발생률 2위…고령층 환자 집중

질병관리청 카드뉴스 '신속한 역학조사로 결핵전파 차단!' 중 일부(자료=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카드뉴스 '신속한 역학조사로 결핵전파 차단!' 중 일부(자료=질병관리청)
20일 질병관리청은 ‘2025년 결핵 역학조사 결과’를 발간하고 결핵환자의 가족과 집단시설 접촉자 10만 124명을 조사한 결과 작년에만 결핵환자 233명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결핵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추가 결핵환자가 발견된 비율은 접촉자 10만 명당 232.7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결핵 발생률(10만 명당 33.5명)의 약 7배였다.

국내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24년 기준 OECD 38개국 중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2위, 사망률은 3위다. 지난해 국내 결핵환자 1만 7070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만 669명으로 62.5%를 차지했다.

특히 결핵환자와 접촉한 고령층에서 추가 결핵환자가 많이 발견됐다. 80세 이상 접촉자 가운데 추가로 발견된 결핵환자는 96명으로 전년(62명)보다 54.8% 증가했다. 결핵환자 접촉자 중 80세 이상 연령에서의 결핵환자 발생률은 10만 명당 496.0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연령별 발생률은 65~79세가 207.6명, 19~64세가 154.2명, 5~18세가 185.6명이다.

가족 중 결핵환자가 있는 고령자는 더욱 위험하다. 연구진은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밀접하게 생활하는 특성이 결핵 전파 위험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가족 접촉자의 추가 결핵환자 발생률은 집단시설 접촉자보다 약 3.6배, 일반 인구보다 17.1배 높았다.

결핵 위험 높은데…잠복결핵 치료 시작 12.6%

문제는 결핵환자와 접촉한 고령층에서 추가 결핵환자가 많이 발견되는 반면 잠복결핵 치료 시작률은 낮다는 점이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은 10명 중 1명꼴만 잠복결핵 치료를 시작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증상이나 전염성이 없는 상태를 지칭한다.

성인의 폐결핵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백신도 아직 없다. 현재 유일하게 허가된 결핵 백신(BCG)은 영유아의 중증 결핵 예방에는 효과가 있지만 청소년·성인의 폐결핵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다.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층은 잠복결핵 치료 시작률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지난해 잠복결핵 치료 대상자 1만 2524명 가운데 치료를 시작한 사람은 6933명으로 55.4%이며, 연령별 치료 시작률은 5~18세 86.4%, 19~64세 81.5%, 65~79세 48.5%였지만 80세 이상은 12.6%에 불과했다.

고령층은 만성질환을 앓거나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잠복결핵 치료자 1만 1913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76세 이상 치료자가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할 위험이 5세 이하 치료자보다 9.09배 높았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피부 이상반응과 간 기능 이상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잠복결핵 치료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잠복결핵을 치료하면 치료하지 않은 경우보다 활동성 결핵 발병을 최대 90% 예방할 수 있다”며 “고령층 접촉자의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 참여를 유도하고 잠복결핵 미치료자에 대한 추적관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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