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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중고차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만하임지수가 6월 전월대비 4.2% 낮아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인 2020년 4월(11.4%) 이후 3년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8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6월 만하임지수는 전년 동월대비로도 10.3% 떨어지며 2021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담보 대출 금리가 급등한 것이 중고차 가격을 끌어내린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연 4.5%(60개월 기준) 수준이었던 자동차 담보 대출 금리는 올해 6월 6.9%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대출을 받는 소비자가 줄었다. 연준이 공표하는 5월 소비자신용 잔고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 등 ‘비(非)리볼빙 지불’ 대출은 전월대비 0.03% 감소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대출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신용조사업체 트랜스유니온은 올해 1분기 자동차 담보 대출 지불을 6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이 1.69%를 기록해 1년 전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고 전했다.
신용도가 낮은 개인은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금리 부담이 커져 자동차 구매가 어려워진 것이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구매 희망자는 많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 비용 증가로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해소되면서 신차 생산이 정상화한 것도 중고차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병목 현상으로 신차 생산이 줄어들면서 202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진 미국 내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 이후엔 신차를 찾는 고객이 늘며 중고차 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미국 내 신차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했다.
한편 만하임지수는 미 CPI의 공식 중고차 가격 데이터의 선행지표여서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PI 구성 요소에서 중고차는 2.7%를 차지한다. 신차(4.3%), 집세(7.5%) 등과 비교하면 비중이 작지만 가격 변동이 커서 CPI에 대한 기여도 역시 높다.
이날 공개된 6월 공식 중고차 가격지수는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제이슨 드레이호는 “6월 헤드라인과 근원 CPI 모두 상당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했다. 5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4.0%를 기록하며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전날 발표한 6월 소비자조사에서도 1년 기대 인플레이션률이 3.8%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5월과 비교하면 0.3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