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목소리로 BTS의 버터를 커버한 20대 음악가 루이와 롱보드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29세 디자인연구원 루시. 톡톡튀는 20대인 이들은 팔로워가 2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다. 다른 인플루언서와 차이점은 이들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라는 것이다. 최근 유통가에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를 타깃으로 가상 인간 마케팅이 화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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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은 자체적으로 가상 모델 루시(Lucy)를 개발해서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존 스타 쇼호스트는 양성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됐다. 스타 쇼호스트로 키워놓더라도 몸값이 치솟고,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반면 가상 쇼호스트는 이직의 우려도 없고 늙지도 않는다. 이에 실제 기술적으로 구현이 된다면 홈쇼핑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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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패션 문화 편집 공간 ‘무신사 테라스’에서 파워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진행한 체험 마케팅에 참여하는 등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루시의 움직임, 음성 표현 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쇼핑 서비스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인간에 더욱 가깝게 고도화하기 위해 롯데홈쇼핑은 최근 카이스트, 시각 특수효과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 등과 협약을 맺었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앞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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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온스타일은 최근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더엣지 브랜드의 콜래보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더엣지의 데님재킷과 데님 팬츠를 입고 가수 이무진의 신곡 신호등을 열창한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을 보고 루이가 입은 옷을 소비자들이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CJ온스타일은 가상인간 루이와 디지털 채널에서 다양한 형태로 콜래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루이는 ‘디오 비 스튜디오가’ 실제 사람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AI 기술을 활용해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조합해서 만들었다. 작년 10월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를 통해 일반인에 처음 공개된 이후 현재 구독자는 2만 7000여명이다. 그동안 50여개의 곡 커버와 댄스 챌린지 등 70여개 영상을 공개했다.
루이는 댄스부터 발라드, 랩, 춤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음악과 패션뿐 아니라 장르와 공간에도 한계가 전혀 없다. 이에 CJ온스타일의 모기업인 CJ ENM은 최근 실시간 3D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에이펀인터랙티브 전략적 사업 제휴를 맺고 조만간 디지털 가상 인간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로지는 올해 광고업계를 강타한 대표적인 가상 인플루언서다. 작년 8월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일반인처럼 활동하다가 12월에 가상인간임을 커밍아웃했다. 이후 호텔, 금융, 자동차 등 각종 광고를 따내며 올해 매출만 10억원을 기록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상황에 따라 콘셉트를 바꾸고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변신할 수 있어 맞춤형 광고 시장에 안성맞춤이다. 이에 가상 인플루언서의 광고업계 진출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인플루언스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내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플루언서는 불미스러운 사생활이 드러날 리스크도 없고,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아서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광고주들이 자신의 회사 브랜드 콘셉트와 맞는 가상 인플루언서와 콜래보 등을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