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 서울서 한국 첫 개인전 연 베이톨 히메네즈
이국적인 자연·역사·신화·문화 색·형체로
과학이든 예술이든 '자유롭고 낯선 상상'
멕시코 경계 너머 "인류 공통의 가치"로
| 베이롤 히메네즈 ‘가을’(Fall·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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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흐느적거리다 축 늘어진다. 배배 꼬이기도 하고 공처럼 뭉치기도 하고. 누렇게 말라 나풀거리는 긴 줄은 한때 푸른 생기를 머금었을 ‘풀’이다. 싱싱하던 식물이 때를 맞아 누렇게 타들어가는 일이야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그 ‘때’를, 뱀 형상을 한 파이프가 제공한 듯한 의심이 생기는 거다. 이쯤 되면 이 장면을 과학으로 봐야 할지 예술로 봐야 할지 헷갈리기도 할 터.
대단히 자유롭지만 여전히 낯선 이 장면은 멕시코작가 베이롤 히메네즈(38)의 붓끝에서 나왔다. 국경 없는 캔버스에 굳이 경계를 만들 이유야 없지만, 작가의 생경한 화면은 ‘멕시코’를 그어내서다. 자연과 역사로 형체를 만들고, 신화와 문화로 색을 내렸으니.
다만 작품에 연이어 등장하는 패턴이 시공간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라고 했다. 결국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가치, 또 함께 추구하는 가치”라고. ‘가을’ 혹은 ‘떨어지다’(Fall·2022) 어떤 쪽 번역이어도 상관없을 작품은, 그 장구한 서사에서 끊어낸 한 장면인 듯한 스토리를 길어올리고 있다.
12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서 여는 개인전 ‘분주한 거리의 들풀’(Grass on a Busy Street)에서 볼 수 있다. 멕시코 MZ세대 작가의 튀는 붓맛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국에서 연 첫 개인전에 ‘식물’을 소재로 삼아 그린 9점을 걸었다.
| 베이롤 히메네즈 ‘살아있는 꽃병’(Living Flower Vase·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 ㎝(사진=페레스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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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롤 히메네즈 ‘옥수수씨의 정신’(The Spirit of the Corn Seeds·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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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롤 히메네즈 ‘산의 정령’(Mountain Spirit·2022), 캔버스에 오일, 180×140㎝(사진=페레스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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