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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은행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필요성 높아졌다"

최정희 기자I 2022.06.22 11:00:00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2016년 도입 이후 한 번도 자본 쌓은 적 없어
영국, 스웨덴 등도 작년부터 1%씩 부과
자본적립 1% 하면 전체 대출 증가율 1.8%p 하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은행권의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2016년 처음 도입됐으나 한 번도 자본을 쌓아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각종 지표들이 자본 적립 필요성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출처: 한국은행)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과도한 신용 팽창기에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의 0~2.5%를 보통주 자본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바젤3 자본규제를 말한다. 현행 자기자본비율 외에 별도로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쌓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민간신용 확대 등의 영향으로 3월말 현재 대부분의 판단지표가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이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며 “신용 팽창 억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금융불균형 누증 완화 필요성도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신용 갭(장기 평균선과의 차이)은 3월말 7.7%포인트인데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쌓을 필요성이 있는 ‘적립 하한선’ 2.0%포인트를 넘어선 데다 자본비율 2.5%를 쌓을 필요성이 있는 ‘적립 상한선’ 10.0%포인트에 가까워졌다. 2020년 2분기부터 작년말까지는 이 갭이 10%포인트를 넘어 ‘적립 상한선’을 뛰어넘었다. GDP대비 주택가격 갭도 0.7%포인트로 적립 하한선(0.1%포인트)과 상한선(0.5%포인트)을 모두 넘어섰다.

(출처: 한국은행)
최근 다른 나라들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은 GDP 대비 총신용 비율이 161.4%에 달하자 작년 12월 1%를 적립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총신용 비율이 274.0%를 보이자 작년 9월부터 1%를 부과했다.

한은은 실질 분석 결과 국내은행의 규제 자본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대출 증가율이 1.8%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대출 증가율은 1.3%포인트 축소돼 효과가 두드러졌으나 가계대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규제자본 비율이 1%포인트 오르고 대출 금리까지 1%포인트 오를 경우엔 가계대출 증가율이 1.8%포인트, 기업대출 증가율이 0.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민간신용 확대로 신용축적 관련 지표가 강한 적립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고 금융지원 조치로 인한 부실 누적, 이연 문제, 위기시 정책 여력 확보 등을 고려할 때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통해 은행의 선제적 자본확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대출 증가 억제 효과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해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위해선 가계대출 관련 위험가중자산에 대해서만 자본을 쌓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은행이 자본을 덜 쌓기 위해 가계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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