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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아이코스 글로 릴 3파전… 일반담배 가격 추월할까

박성의 기자I 2017.10.22 15:34:46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법 개정안 통과
PM·BAT코리아 "가격인상 불가피"
4000원대 출시 유력한 KT&G '릴' 변수
18개국 아이코스 판매가, 일반담배와 같거나 낮아
담배제조사 '과도한 이익' 챙기기 비판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진=필립모리스코리아)
BAT 가열 전자담배인 ‘글로’ (BAT코리아)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에 물리는 세금을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관련 시장을 양분하던 ‘아이코스’와 ‘글로’의 가격 인상 여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필립모리스코리아(PM코리아)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코리아(BAT코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들이 개별소비세가 인상되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은 탓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세금을 볼모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과도한 ‘이익 착취’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KT&G가 다음 달 출시예정인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띄우기 위해 가격을 4000원대로 낮춰잡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몸값이 쉽게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아이코스 개소세, 126원→529원

아이코스 광화문점에서 한 여성 손님이 직원에게 구매상담을 받고 있다. 이데일리 DB.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의 89%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소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 담배와 같은 ‘개비당 과세’로 방식이 바뀐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기준은 없다. 그동안 파이프 담배(1g당 21원)에 준해 세금을 책정해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이코스 20개비(1갑)에 부과하는 개소세는 현재 126원에서 529원으로 403원 인상된다. 개소세가 오르면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폐기물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다른 세금과 부담금도 일반담배 90% 수준으로 줄줄이 인상될 수 있다.

◇ KT&G의 ‘침투가격전략’, 릴의 몸값 변수

담배업체가 인상분을 모두 담뱃값에 전가하면 현재 4300원에 팔리고 있는 담배 스틱 가격이 6000원을 웃돌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서민증세’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메기는 세금과 소비자가격간 연관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PM코리아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궐련형 전자담배 해외사례(18개국)’ 취합 자료를 보면 궐련대비 아이코스 스틱의 가격이 세금 비중과 거의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세금비중이 0%인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등에서 판매되는 해당 국가의 일반담배와 아이코스의 판매 가격은 각국 통화기준 각각 △34, 34 △40, 40 △360, 350 등으로 같거나 비슷했다. 세금비중이 높은 그리스(91.5%), 포르투갈(83.1%), 일본(81.6%) 등도 각각 △4.2, 4.0 △4.9, 4.7 △460, 460로 일반담배와 같거나 조금 낮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은 4300원으로 일반담배보다 200원 낮다.

KT&G가 출시 예정인 궐련형 전자담배 ‘릴’ 상표 출원 도안.(사진=특허청)
PM코리아와 BAT코리아가 아이코스와 글로의 가격인상을 강행할 경우, KT&G가 ‘침투가격전략’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침투가격전략이란 기업이 빠른 시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사 대비 낮은 출시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KT&G 릴의 가격을 현재 아이코스와 비슷한 수준인 4000원대로 내놓는다면, PM코리아와 BAT코리아로서는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T&G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릴의 상품성이 궐련형 전자담배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기재위에서 과세안이 통과된 만큼 11월 중 제품을 출시해 시장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 많이 남기는데...서민 고통 가중 안돼’

업계에서는 담배 제조사가 세금을 이유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과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담배 제조사가 담배를 팔고 거두는 이익이 제조 업계 통틀어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와 각 제조사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PM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이후 줄곧 20~30%대를 유지했다. 아이코스 한갑 당 영업이익률은 60~70% 수준으로 추산된다. KT&G는 지난 2000년 이후 올 2분기까지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5.0%로 집계됐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은 줄었으나 순이익이 137억원으로 2014년과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리한 담뱃값 인상 때문에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반면 담배회사들은 여전히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서민들에게 세금만 더 거두어 간 담배정책 전반을 놓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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