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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덥다, 시켜먹자" 배달 특수..."망고없어 주스 판매 중단" 카페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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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26.07.31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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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40.3도·부산 122년 만 최고…폭염 '뉴노멀' 시대
백화점·배달앱·아이스크림·냉방가전은 특수
망고·생크림 품귀에 카페·베이커리 수익성 악화
"가격보다 공급망 경쟁력"…기업 전략도 전환해야

[이데일리 김미경 한전진 안소현 기자] “생크림이 풀리는 시간이 오전 9시예요. 수강신청하듯 새로고침을 하면서 주문 버튼부터 눌러야 합니다.”

서울 아현동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송모(32)씨의 하루는 원재료 확보 경쟁으로 시작된다. 폭염 탓에 원유 생산량이 줄면서 생크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여름 제철 과일인 망고 역시 태국의 가뭄과 엘리뇨 등의 영향으로 공급 부진과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팔수록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반면 같은 시각 배달 라이더들은 밀려드는 음료와 빙수 주문을 소화하느라 분주하다. 기록적인 폭염에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면서 배달앱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40도를 넘나드는 극한 더위가 산업별 희비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산업 지형을 바꾸는 ‘뉴노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는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극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날인 29일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0.3도를 기록하며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7월 기온이 40도를 넘어섰다. 부산도 38.8도까지 오르며 122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역시 일주일째 밤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와 중대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처럼 기록적인 더위가 상시화하면서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방향과 산업별 생존 공식도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폭염은 산업별 희비를 극명하게 갈랐다.

몰캉스·집콕 배달·냉방 가전의 호황



더위를 피하기 위한 실내 체류형 소비는 유통가의 최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여름은 이미 방문객 비중이 가장 높은 최대 성수기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6~8월 방문객 비중은 26%로, 봄(25%)과 겨울(25%), 가을(24%)을 모두 앞질렀다. 2021년까지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계절은 봄이었다.

외출을 기피하는 ‘집콕’(집에 콕 박혀있다의 줄임말) 현상은 배달과 퀵커머스 시장을 폭등시켰다. 밖에서 사 먹던 여름 메뉴를 집에서 주문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같은 기간 삼계탕 주문이 전년보다 17.6% 늘었다. 복날 식당을 찾던 보양식 수요가 배달로 옮겨간 영향이다. 빙수 판매량도 8.2% 늘었다. 녹차빙수는 61.6% 증가했다. 컵빙수처럼 배달에 맞춘 상품이 늘면서 매장에서 먹던 계절 디저트마저 주문 목록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더위에 조리를 기피하는 심리가 겹쳐 고기·구이류 배달은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빙과업체 빙그레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판매는 기온 자체보다 비가 오는 강수일수가 얼마나 되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올해 7월까지 아이스크림 판매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지만 8월 날씨 변동성이 커 예측하기 어렵다. 기상 변화에 맞춰 생산과 유통 계획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대응력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여름 소비는 집 안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냉방을 넘어 습도와 냄새까지 관리 대상이 됐다. 이마트에서는 이달 시스템 에어컨 매출이 전년보다 161.4% 급증했고 제습기도 77.3% 늘었다. 음식물 악취와 벌레를 막아주는 음식물처리기는 22.8%, 보온·보냉용품은 47% 각각 증가했다. 더위를 식히는 데 그치던 여름 가전이 실내 환경 전반을 다루는 품목으로 넓어진 셈이다.

쿠쿠와 코웨이 등 생활가전 업계도 방문 설치 및 렌털 수요가 몰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쿠쿠의 올해 5~6월 여름 관련 계절 가전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가전 렌털업체 코웨이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면서 얼음정수기와 냉장고, 에어컨, 음식물처리기 등 방문 설치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며 “폭염도 이어지면서 관련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뷰티업계 역시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4~6월 기준 쿨링 케어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트러블 케어 제품은 41%, 유분·땀 케어 제품은 29%, 자외선 차단 제품은 27% 각각 늘었다. 패션업계는 냉감 소재와 자외선 차단 상품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LF 닥스액세서리는 우양산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5% 늘렸고, 헤지스는 우양산 입고 시기를 약 3주 앞당겼다.

농산물가 폭등과 생크림 수급난에 갇힌 외식·카페



반면 무더위와 가뭄, 고환율이 겹친 원재료 공급망은 외식·카페 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태국 등 주요 산지의 작황 부진으로 수입 망고(5㎏) 가격은 3개월 새 68.6% 폭등했다. 수박 경락가격 역시 가파른 등락을 보이며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도 결국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해 대표 여름 메뉴인 ‘망고시루’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 이는 원재료 수급 불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업들이 가격 경쟁이 아닌 기후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과거처럼 원재료를 얼마나 싸게 사느냐보다 안정적인 공급망과 품질 관리 역량이 훨씬 중요해졌다”며 “실내 체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계절 상품 출시를 앞당기는 등 기후 변화에 맞춘 사업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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