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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작년 말 견조한 매출을 보고했던 미국의 많은 소매업체들이 올해에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시장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리테일넥스트에 따르면 3월 초 미국 소매점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연초부터 지속한 하락세에서 확대된 것이다.
소비자 모바일 기기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서닷에이아이(Placer.ai)도 최근 월마트와 타깃,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업체 방문객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도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됐다. 그 결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부유층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를 감소시켜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시장 조사기관인 서카나의 마셜 코헨 수석 소매 분석가는 “소비자는 여러 경제적 변수에 압도당하고 있다”며 “이럴 때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선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성장 둔화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한 정책 결정과 잦은 방향 전환이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의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는 지난주 조정 국면에 진입한 후 소폭 반등했다.
그간 미국 경제는 ‘나 홀로’ 질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을 주도하며 유럽 등 다른 주요 경제권을 앞질렀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계 재정을 압박하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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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들은 아침식사마저도 집에서 해결하거나 거르고 있는 모습이다. 소매 및 외식 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레베뉴 매니지먼트 솔루션스(RMS)는 지난 2월 미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방문객 수가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침 식사 시간 방문객 감소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RSM는 “아침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거나 아예 건너뛰기 쉬운 식사”라고 설명했다.
미국 4대 항공사들도 최근 여행객 감소로 수요 둔화를 경고했다. 레저 여행객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대표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타깃은 2월 매출 감소를 보고하며 “관세 불확실성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은 타깃이 기업의 다양성 정책을 철회한 것에 반발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 불안이 소비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용품업체 딕스 스포팅 굿즈의 로렌 호바트 CEO는 “소비자 구매력이 약화했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올해 동일 점포 매출 증가율 전망을 1~3%로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이는 2024년 5.2% 증가율보다 둔화한 수치다. 그는 “현재 지정학적·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후 경제 정책과 시장 변화가 소비 심리와 지출 행태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이 수개월 동안 미국 소비자들을 짓누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항상 지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조 달러에 달하는 연말 쇼핑 매출을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톰 킬로이 선임 파트너는 최근 업계 콘퍼런스에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작년에 우리가 본 것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