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관계없이 편하게 즐겨 입는 청바지가 올봄엔 당당히 패션 트렌드의 주역으로 발탁되었다.
이번 시즌 여러 가지 컬러 톤과 소재감으로 탄생된 데님은 다양한 실루엣의 팬츠는 물론 아우터, 원피스, 비치웨어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맹활약 중이다.
작업복으로 출발한 청바지는 여러 시대를 거쳐 오며 가장 대중적인 캐주얼웨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히피 문화가 꽃을 피운 6~70년대는 청바지가 패션으로서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히피들의 정신과 너무도 잘 어울렸던 것.
보헤미안 무드를 올봄 컬렉션에 반영한 디자이너들도 따라서 새로운 데님 의상들을 함께 선보였다.
1969년 우드스탁의 현대판 격인 영국의 글래스튼베리 록페스티벌에서 영감을 얻은 D&G는 나팔바지 스타일의 벨보텀 팬츠와 재킷, 셔츠, 원피스 등을 내놓았고 서로 다른 톤의 블루진을 조각조각 패치워크하는 방법으로 히피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히피들이 사랑했던 이국적인 모티브로 화려한 무대를 연출한 저스트 카발리는 야성적인 프린트 의상 위에 데님 베스트를 걸쳐 씨티 캐주얼의 감각을 더했다.
나팔바지 외에도 청바지는 유행에 따라 여러 가지 실루엣으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80년대엔 긴 밑위와 둥근 힙라인의 발목길이 팬츠, 90년대엔 헐렁한 힙합 스타일이 트렌드를 이끌었고, 일자형의 스트레이트 진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으로 많은 매니아를 양산했다.
그리고 살짝 밑단이 벌어지는 부츠컷에 이어 불어 닥친 스키니 진의 열풍.
새롭게 와이드 팬츠가 제안되고는 있지만 당분간은 스키니 진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패션리더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플랫슈즈, 스니커즈와도 잘 어울리는 실루엣이기 때문.
아슬아슬 짧아졌던 밑위길이는 다시 조금씩 올라와 편하게 자리 잡았는데, 하지만 하이웨이스트라인의 배바지까지 유행으로 이어지긴 힘들 듯.
뉴욕의 신진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은 캐주얼웨어를 쉬크하게 표현한 봄 컬렉션에서 스키니와 와이드 팬츠, 그리고 밑단을 접은 롤업 스타일의 쇼츠를 함께 내놓았고, 런던의 피터 젠센은 컬러플한 프린트 셔츠에 발목길이의 롤업 팬츠를 매치해 복고풍 아메리칸 룩을 연출했다.
워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블루진의 톤은 인디고에서 자연스러운 청색, 라이트 블루, 도회적인 회색빛 블루 등으로 다양하게 등장하는 모습.
푸른 물이 다 빠진 듯한 옅은 색 진을 선택한 크리스토퍼 케인은 재킷과 브라탑, 찢어진 청바지를 전개했으며, 끝단의 올을 풀어 야성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하지만 이들보다도 케인의 무대에서 더욱 많은 시선을 모았던 데님 아이템은 바로 레이스업 슈즈.
금속과 만나 날렵한 구두로 탄생된 데님은 의상들과 조화를 이루며 컬렉션을 빛냈다.
어느 때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블루진.
올봄만큼은 코디네이트하기 귀찮은 날 막 입는 옷이 아닌 핫 트렌드 아이템으로 아껴주자.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