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틴토, 중국 손에 넘어가나

김혜미 기자I 2008.11.26 14:18:06

BHP, 리오틴토 인수계획 철회..업계 "환영"
中 치날코 "리오 틴토 지분 14.99%로 확대"

[이데일리 김혜미기자] BHP 빌리튼이 1년 여를 끌어오던 660억 달러 규모의 리오 틴토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 2, 3위 업체가 합치게 되는 것이라 대대적인 철광석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됐지만 이는 없던 일이 됐다. 
 
지난 주만 해도 BHP 경영진과 은행 관계자들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자신한다고 밝힌 뒤라 이 같은 발표는 의외였다. 
 
하지만 인수철회에 따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중국이 나섰다. 치날코는 리오 틴토 지분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를 하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 업계 "BHP 인수계획 철회 대환영"

BHP의 리오 틴토 인수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사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BHP가 리오 틴토를 인수할 경우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게 돼 가격 결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특히 유럽과 중국 철강업체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들은 BHP의 가격 결정력이 철광석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과 우라늄 원광, 코크스 원광 등에도 미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인수 철회가 당연한 결과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만 보더라도 지난 여름 철광석 현물 가격이 200달러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톤당 7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브라이언 힉스 U.S 글로벌 인베스터즈 글로벌 리소시즈 펀드 관계자는 "처음 인수 제안을 했을 당시와 지금은 시장이 180도 달라졌다"면서 이번 결정이 완전히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마크 퍼번 오스트레일리아 앤 뉴질랜드 뱅킹 그룹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도 "클로퍼스 CEO의 이번 결정은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인수하기에 더 좋은 시기와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BHP의 이번 결정은 호주 멜버른 본사에서 열린 이틀 동안의 마라톤 회의에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스 클로퍼스 BHP CEO는 전세계 경제에 대한 단기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원자재값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리오 틴토의 장부상 부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 등을 인수 포기의 배경으로 내세웠다.

리오 틴토는 지난해 캐나다 알루미늄 생산사인 알칸을 인수하면서 부채가 40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났으며, BHP의 현재 부채 수준은 65억 달러 정도다. BHP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독과점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결과는 내년 1월 15일까지 발표될 예정이었다.

◇ 中 치날코, 리오 틴토에 `눈독`

BHP가 리오 틴토 인수를 철회한 직후, 리오 틴토 최대 주주인 치날코가 지분을 14.99%로 늘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치날코 부회장이자 대변인인 루 유칭은 호주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아 리오 틴토 지분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리오 틴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언제가 될 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치날코는 또 앞으로 지분을 49.99%까지 늘리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은행 관계자들의 제안일 뿐 공식 입장은 아님을 강조했다.

 

치날코와 리오 틴토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루는 "법률적 문제로 인해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치날코의 리오 틴토 지분 확대는 전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첫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미국 알코아와 손잡고 치날코가 리오 틴토 지분을 인수할 때부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을 확보하고, 중국의 원자재 가격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트라타와 앵글로 아메리칸 등 리오 틴토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대형 광산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협상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치날코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광산사들은 상품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자금을 일으키기 부담스럽고, 리오 틴토 자산이 고평가돼있다는 점에서 인수 제안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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