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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도심에 있는 제물포고등학교를 신도시로 이전하려다가 주민 반대로 실패한 도 교육감이 이번에도 지역사회와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학교 이전 사업을 강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7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도 교육감은 지난해 초부터 인천 동구 원도심인 창영동의 창영초교를 300여m 거리에 있는 금송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대상지로 이전할 계획을 추진했다.
오는 2026년 3965가구를 공급하는 금송구역과 1705가구가 들어서는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아파트 단지로 입주하는 초등학생 700여명의 배치를 고려한 것이다. 700여명을 통학구역 내 창영초교로 전입시키기에는 학급 수가 적어 금송구역 학교용지에 건물(40학급 규모)을 지어 2026년 9월(개교 시점) 창영초교로 바꾸려는 것이다.
◇재개발 아파트 학생 위해 학교 이전
창영초교는 현재 전체 20개 교실 중 15개(급당 15.5명)를 학생 233명이 사용하고 있다. 이 학생 수가 2026년에도 유지되면 원도심 기준인 급당 인원 25명을 적용해 입주학생 700여명 중 300여명을 창영초교에 수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400여명은 다른 학교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
교육청은 주변 학교 여건상 분산배치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해 10월 동구 주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창영초교 이전 사업 설명회를 연 뒤 11월 교육부에 해당 사업의 중앙투자심사를 요청했다. 오는 30일 심사에서 의결되면 창영초교 이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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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영초교 총동창회와 인천 시민사회단체 등 30여곳은 학교 이전 사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 단체들은 인천 최초의 공립소학교로 1896년 개교한 인천부공립소학교에서 1936년 창영공립보통학교로 개명한 창영초등학교(1996년 개명)의 120여년 전통을 강조하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총동창회 “교육청의 행정 편의주의” 비판
창영초교는 1919년 3월6일 인천에서 처음 3·1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으로 어린 학생들의 독립 정신이 깃든 장소를 상징한다. 학교 안에는 설립 100주년 기념탑과 3·1만세운동 발상지 기념비 등이 세워져 있다.
장순휘(64세, 61회 졸업생) 창영초교 총동창회장은 “동창들이 학교 이전을 동의하지 않는다”며 “120년 가까이 된 창영초교의 역사적 가치를 재개발구역에서 구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교육청이 창영초교를 금송구역으로 옮기고 기존 창영초교 건물에 여중학교를 설립하겠다고 하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청의 일방적인 행정 편의주의로 창영초교의 문화·역사를 훼손하려는 것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교육청은 창영초교 부지 뒤편에 있는 인천산업정보학교(직업교육학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초등학생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창영초교 이전만 고집한다”며 “공론화가 부족한 이전 사업은 이번에도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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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에 사는 김모씨(47)는 “도 교육감이 제물포고 이전 사업을 엉망으로 했다가 망신을 당하고서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이번에도 비슷하게 일을 추진해 망신을 당하려나 보다. 교육감이 바뀌지 않으니 주민들이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산업정보학교를 이전하는 방안은 검토한 적이 없다”며 “창영초교 학부모와 일부 동구 주민들은 창영초교 이전을 원한다. 반대하는 단체도 있어 애매한 입장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도 교육감이 최근 창영초교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원로 등을 만났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가 30일 열리면 1~2주일 안에 결과를 알 수 있다”며 “심사 결과를 보고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과 협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