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국제 비교를 통한 국내기업의 취약성 점검’을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최근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강화로 우리나라 정부 역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내년 3월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8년 6억9000톤 이후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지만,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고탄소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집약도(실질 국내총생산(GDP)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는 지난해 기준 GDP 백만달러당 381.3톤을 기록해 미국(260.1톤), 일본(256.8톤)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데는 에너지 구조 측면에서 화석연료의존도가 높고, 산업 구조 측면에서 고탄소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집약적 산업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가운데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목표 상향, RE100 캠페인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연평균 필요 감축률 4.8%는 독일 2.0%, 프랑스 3.3% 등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RE100 가입이 해당 산업 공급망에 속한 국내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유럽연합이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 등으로 인해 국내기업의 대응 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으로 내다 파는 수출품의 내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의 7.6%로 적지 않은데다, 배출량 자료 작성 등은 기업의 세금과 관리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
이에 국내기업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금조달 및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등과 연계된 녹색채권 발행실적은 전체 ESG 채권 중 10%에 그치는 20조원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한은 측은 대내외의 온실가스 감축 압력은 국내 기업의 경영부담으로 작용 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역량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돕기 위해 정부는 탄소국경세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 조사 등 미시적 조치를 강화하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유도를 위한 세제혜택 등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된 기술개발 등에 대한 대출 취급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중소기업의 녹색금융 접근성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한은은 친환경 부문으로의 자금공급 유도를 위한 여신제도 등 정책수단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