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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난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비상등이 ‘생존등’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특히 밤에는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비상등을 켜놔야 다른 운전자들이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자영업과 배달업을 하는 이모(58)씨는 “오토바이 후미등은 약한데 자동차 선팅은 짙다 보니 오토바이가 있는지 모르고 뒤에서 박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며 “상시 비상등은 사고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배달이 많은 오토바이 특성상 다른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신호라는 견해도 있다. 퀵 서비스를 하는 신모(67)씨는 “가끔 급하게 골목에 들어가거나 신호를 살짝 위반할 때 비상등을 켠다”며 “퀵은 시간이 생명이다 보니 생계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음식 배달하는 박모(28)씨도 “요즘엔 한집 배달 서비스로 20~30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룰이 있어서 시간 압박이 더 크다”며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실례한다’는 의미로 비상등을 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사고 발생 시 비상등을 켰다는 이유로 과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잘못된 기대 등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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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운전자들은 비상등을 켠 오토바이가 좌, 우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어 교통혼란이 가중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운전 경력 3년차 정모(29)씨는 “비상등을 켠 채 운전하는 건 난폭운전, 신호위반을 저지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내가 가려는 방향을 다른 운전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만큼 안전한 운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운전 경력 8년차 이모(45)씨는 “비상등만 켜면 다 되는 줄 알고 마구잡이 운전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비상등이 무적 버튼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운전이 발각돼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벌금을 끊기 위해 오토바이와 도로 위 추격전을 벌일 수도 없고 혹여라도 2차 사고가 발생할까 봐 끝까지 쫓아가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 자체가 약한 데다 골목 등으로 도주하면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다”며 “법적·제도적 미비가 결국 치안 공백과 범죄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