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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소년 쓰러진 지 1년…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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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10.09 11: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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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부실 드러났지만 치료·재활은 여전히 가족 몫
의식 못 찾은 아들 곁 지키며 병원 전전
아버지 “지원 약속은 말뿐…끝까지 돕는 체계 필요”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중학생 복싱 선수가 경기 중 쓰러진 지 1년이 지났다. 가족은 여전히 치료비를 감당하고 재활병원을 찾아다니고 있다. 대회를 연 대한복싱협회의 안전관리 부실은 대한체육회 조사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고 책임을 묻고 피해 선수를 돕는 일은 제자리라는 게 가족의 호소다.

피해 선수 조연호 군의 아버지 조경수 씨는 9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돈은 10원짜리 하나도 없다”며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했다. 대한복싱협회에 대해서도 사고 이후 지원 여부를 묻자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복싱 선수 조연호 군. 사진=가족 제공
사고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복싱 선수 조연호 군. 사진=가족 제공
사고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10대 복싱선수 조연호 군. 사진=가족 제공
사고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10대 복싱선수 조연호 군. 사진=가족 제공
조 군은 지난해 9월 3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상대의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아버지에 따르면 지금도 말을 하거나 부모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

당시 사고는 경기 중 부상으로만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대한체육회 조사 결과 대회장에는 경기규칙에서 정한 의사나 간호사가 없었다. 구급차 내 장비와 사이렌이 작동하지 않았디. 응급실 하차 지점을 잘못 찾아 이송도 늦어졌다. 복싱협회는 자체 안전관리계획을 마련하지 않았고 비상 연락 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체육회는 조사 뒤 복싱협회에 병원비 지원 등 피해보상 대책과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씨는 사고 1년이 지나도록 가족이 체감할 만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실패가 확인된 뒤에도 치료를 이어갈 방법은 부모가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가족은 서울과 광주의 병원을 옮겨 다녔다. 지난 5월 머물던 광주의 재활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달에도 다시 퇴원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물리치료사가 아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또 병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조 씨는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는데 대한체육회는 재활에 대해 잘 알지 않느냐”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어느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안내 전화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가족이 요구한 것은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병원을 찾는 데 도와달라는 것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지난 5월 병원을 찾아 “최대한 챙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병원 연결이나 치료비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조 씨는 “알아보겠다고 해놓고 전화 한 통 없다”며 “방문했다고 하면 할 역할을 다 했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조 씨는 대회 관련 보험에서 지출한 치료비 일부를 중간 정산해 약 500만원을 받은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보험금이며, 체육회가 직접 지원한 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치료비와 간병 부담을 덜어줄 별도 지원은 받지 못했다.

체육회는 지난 4월 당시 사무총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고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회원종목단체 규정도 개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와 제도 개선 발표 이후에도 가족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사무총장이 약속했던 병원 연결과 치료비 지원은 여전히 공염불이다. 조 씨는 “해당 인사가 물러났다는 이유로 체육회가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으로 한 약속인 만큼 개인의 말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 책임을 가리는 수사도 길어지고 있다. 조 씨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 두 차례 보완 수사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가족은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체육회와 복싱협회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과와 후속 조치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조 씨는 복싱협회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조치를 요구했다. 자체 조사에서 안전관리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왜 조치가 늦어지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관계자가 계속 가족과 협의하는 상황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가족의 요구는 단순한 보상이나 지원이 아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종목이나 협회의 재정 형편에 따라 사고 선수의 보호 수준이 달라지지 않도록 공통된 보험·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 씨는 “같은 사고가 나면 같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체육회가 안전 관련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마다 지원 여력이 다르더라도 선수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치료와 재활, 병원 연결을 안내할 전담 조직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씨는 “가족은 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입원 시기 등에 따라 적용되는 지원이 달라진다는 설명을 뒤늦게 들었다”며 “경황없는 부모가 복잡한 치료 절차와 지원 조건까지 알아서 챙기기는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할 수 있게, 말로만 하겠다고 하지 말고 그러한 팀을 두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의 응급조치뿐 아니라 이후 재활 과정까지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바라는 것은 또 한 번의 방문이나 위로가 아니다. 지난해 약속 가운데 무엇을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누가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그는 “다른 사람도 문제가 생기면 그렇지 않게 시스템화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한체육회. 사진=연합뉴스
대한체육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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