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생각해서 ‘프레시백’으로 주문하는 건데… 고양이가 백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꺼림칙해 종이박스로 시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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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운영하는 보랭가방 배송 시스템은 가장 널리 알려진 쿠팡 ‘프레시백’ 외에도 마켓컬리 ‘퍼플박스’, SSG ‘알비백’ 등이 있다. 쿠팡의 프레시백은 우유, 계란 등 신선식품 배송을 주문할 경우 선택할 수 있으며 배송일로부터 60일 이내 반납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반납하지 않을 경우 지연 사용료 8000원이 부과된다. 부과 기간이 지난 이후 반납이 완료되면 지연 사용료는 자동 환불된다.
그러나 실제 고양이 사진 논란 후 보랭가방 이용자들의 ‘불신’은 폭발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에서 ‘프레시백 고양이’를 검색하면 고양이들이 버젓이 보랭가방에 자리하고 있는 사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종이박스와 보랭제(드라이아이스 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환경을 선택한 소비자 입장에선 위생 문제 때문에 차라리 종이박스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쿠팡 월정액제 회원인 정모(26)씨는 샐러드나 과일이 싸게 나오면 매번 보랭가방을 선택해왔지만 이번 길고양이 사진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정씨는 “논란이 된 사진엔 길고양이를 위한 물통과 밥그릇이 구비돼 있어서 우연히 고양이가 올라간 찰나에 찍은 사진이라고 믿을 수 없다”며 “저 가방에 내가 주문한 식료품이 담길 수도 있다는 건데 무척 찝찝하고 불쾌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두 아들을 둔 이모(30·여)씨는 이제 막 100일 된 아기가 있어 위생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씨는 “아이들은 균이 발생하면 아파도 말하지 못하는데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너무 치명적이다”며 “고양이 배설물도 충분히 균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보랭가방 대신 종이박스를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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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랭가방을 길고양이 급식소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 외부에 방치할 경우 위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점도 문제다. 빌라 같은 곳은 바깥에 노출돼 있어 벌레가 가방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씨는 “업체에서 자주 수거해 가지 않아 집 앞에 쌓여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2주 넘게 방치된 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며 프레시백 포장 경험이 있는 김모(20·여)씨는 “인력 자체가 부족해서 수거를 제때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면서 “이해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는 건 문제”라고 우려했다. 20대 대학생 B(여)씨는 “유통업체 앱에는 ‘수거 완료’라고 뜨는데 복도에 그대로 있다”며 “복도에 오래 방치하는 것도 민폐 같아서 다음부턴 안 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세척업무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했다는 안모(33)씨는 지나가다가 쓰레기를 담아놓은 프레시백을 본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안씨는 “사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긴 한다”며 “대신 기계가 꼼꼼히 세척하는데다 사람이 한 번 더 손으로 열심히 닦긴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지난달 말부터 ‘프레시백 회수 인센티브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수거할 경우 프레시백 한 개당 100~200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회수 불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재사용할 수 없는 수준일 경우 회수한 프레시백은 폐기한다”며 “나머지 프레시백도 모두 꼼꼼히 세척하고 약품 처리까지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