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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때문에 가격 올려놓고…환급받은 뒤엔 '입 싹 닦는' 美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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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23 17: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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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4조·애플 3조·포드 1조8000억 돌려받아
233조 걷어 138조 지급…소비자 몫은 15~20%뿐
"환급금 어디 쓰는지 매우 흐릿"…에너지값 메우기도
가격 못 올린 소상공인은 빚만…매출 절반 증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관세를 이유로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렸던 미국 기업들이 정부에서 관세를 돌려받은 이후에는 가격인하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싼 값을 치른 소비자에게 그 돈이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월마트 매장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
지난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월마트 매장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환급받은 관세는 지난달 31일 기준 1000억달러(약 138조 8000억원)로 집계됐다. 미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한 뒤 지난 5월부터 환급이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기업들 역시 최근 분기 실적 공시에서 수억달러에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환급금을 받았다고 알렸다.

유통 대기업 월마트는 이번 주 29억달러(약 4조 252억원)를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타깃은 9억 9400만달러(약 1조 3796억원), 애플은 약 22억달러(약 3조 536억원), 포드는 13억달러(약 1조 8044억원)를 받았다. 홈디포와 나이키, 아마존도 각각 7억 3000만달러(약 1조 132억원)와 6억 8400만달러(약 9494억원), 6억 4000만달러(약 8883억원)를 챙겼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법원에 낸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수입업체 33만곳에서 걷은 관세는 모두 1680억달러(약 233조 184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관세 부담을 가격에 얹어 치른 소비자에게는 돌아갈 몫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선 관세 때문에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가려내기가 어렵다. 관세를 포함한 원가는 가격을 정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브렛 라이언 도이체방크 미국 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가격에는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며 “월마트는 아주 정교한 가격 결정 알고리즘을 쓰는데 관세와 관세 환급은 우선순위 근처에도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와 타깃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서 가격을 낮추려는 계획이 환급 규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같은 자리에서 연료를 뺀 미국 매장 매출 증가율이 이번 분기 2.6%로 1년 전 4.6%에서 둔화됐다고 밝혔다. 2020년 2~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 여파에 주가는 9% 넘게 빠졌다.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연료 외 품목까지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가격 인하가 환급 덕인지 부진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것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라이언 이코노미스트는 “월마트 매출은 30억달러 환급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라며 “고객은 회사가 실제로 비용을 넘기는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다. 환급금을 어디에 쓰는지가 매우 흐릿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예외는 페덱스와 UPS 같은 운송업체다. 해외 배송 과정에서 고객에게 관세를 받아 냈던 터라 환급금을 고객 몫으로 보관하고 찾아갈 창구를 열었다. 대규모 환급을 발표한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만 “제한된 경우”에 수입 부담금을 고객에게 넘긴 적이 있다며 해당 몫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기업 관세 대응을 자문하는 피콕관세컨설팅의 카일 피콕 대표는 미국 가구가 지난해와 올해 관세 때문에 평균 1700달러(약 236만원)를 더 냈다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환급이나 가격 인하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은 15~20%에 그칠 것으로 봤다.

실제 홈디포는 환급금을 에너지 비용 상승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비용 압박을 상쇄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피콕 대표는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이나 다른 관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금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환급금을 쓴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더 어려운 쪽은 소상공인이다. 대기업과 달리 시장 여건상 관세만큼 값을 올리지 못한 곳이 많았다. 미네소타의 유아용품업체 비지베이비는 5만달러(약 6940만원)를 환급받았지만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베스 베니케 창업자는 실리콘 식탁매트 등의 값을 올려 봤지만 매출이 곧바로 떨어졌다고 했다. 결국 관세를 고스란히 떠안았고 사업을 이어가려 신용카드로 14만달러(약 2억원)를 끌어썼다. 직원 절반을 내보냈고 지난 1년간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여전히 비용을 깎고 효율을 짜내며 하루하루 버티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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