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돈 없어 성생활 못한다"..N포세대의 절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채상우 기자I 2016.02.19 10:31:20

성생활 즐길 공간과 콘돔 구입도 망설여져
열악한 환경에서 성관계는 성병의 원인될 수 있어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스쿠터 동아리에서 만난 남녀. 따로 만나 술을 마시다 여자의 자취방으로 가 키스를 하며 후끈 달아오르려는데, 갑자기 여자가 남자를 제지하며 귀에 뭔가를 속삭인다. 미친 듯이 편의점으로 뛰어간 남자, 세 개들이 2천 원 짜리 콘돔을 사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50원이 모자란다. 결국 콘돔을 못 산 남자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며 여자에겐 ‘서로를 천천히 알아갔으면 좋겠어’란 문자를 보낸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티끌 모아 로맨스’의 한 장면이다. 청년 백수를 연기한 송중기가 “그래도 가슴은 만졌으니까, 헤헤” 하며 히죽대는 모습이 ‘웃픈(웃기면서 슬픈)’ 이유는, 그 모습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는 이 영화가 개봉했던 해에 생겨났다. 이 단어는 지난 몇 년간 ‘5포,’ ‘7포’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뭐든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포기하는 것 중 하나는 섹스다.

얼핏 보면 섹스는 파트너, 그리고 커피 한 잔 가격의 피임 도구만 있으면 되는 ‘단가가 낮은’ 여가 활동으로 보인다. 섹스할 상대를 찾고 구애하는 과정에 드는 금전과 시간이 없어서 포기하지만 말이다.

글쎄... 과연 섹스가 생각만큼 저렴할까. 한 번 따져보자. 첫째 파트너 섹스를 위해서 가장 기본인 피임 및 성병 예방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콘돔은 아주 저렴한 것이 3개에 2000원, 열 전도율이 높아 인기 있는 초박형 제품은 열 개에 만 3000원을 웃돈다. 치명적으로 비싼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아주 저렴하진 않다.

다음은 공간 확보. 주거독립이 어려운 한국의 젊은이들은 섹스를 위해 모텔을 찾는다. 인기 숙박앱인 ‘야놀자’를 보면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서울 시내 모텔은 평균적으로 평일 시간제 대실 가격이 3만-4만 원, 숙박은 5만~7만 원 선이다. 주말은 더 비싸다. 높은 숙박비용은 섹스를 포기하게 하는 실질적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자취 중이라면 다른 얘기지만, 청년의 대다수가 방음이 잘 안 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하는지라 섹스를 하더라도 맘 편히 내고 싶은 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곽유라(왼쪽), 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
어쨌든 여기까지는 대충 예상 가능한 섹스의 가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니다. 사람들이 보통 논하지 않아 간과하기 쉬운 섹스에 드는 비용이 더 있다.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파트너 섹스를 하는 것은 성 매개 감염병의 가능성에 자신을 오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병 검진비 역시 섹스에 드는 돈에 포함해야 한다. 헤르페스나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같은 성병은 콘돔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더욱 중요하다. 보건소에서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의 4종에 대해선 무료 검사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균을 한 번에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선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등 전문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검사 종류에 따라 몇만 원에서 십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물론 철저히 콘돔을 사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라면 매년 과잉 진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내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이 지난해 9월에 2, 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 실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1%가 ‘될 수 있는 대로 물리적 피임을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답했다. 24.7%는 월경 주기법이나 질외 사정법 등의 자연피임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섹스하는 많은 20~30대의 젊은이들이 성병뿐 아니라 계획하지 않은 임신의 위험에도 노출된 상황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2, 30대 여성의 87%가 산부인과 등 여성 전문 병원 방문경험이 있다고 답한 데 비해 70%의 남성이 비뇨기과를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남성의 성병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이 드러난다.

그럼 운 나쁘게도 성병에 걸렸다고 치자.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주사를 맞고 수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등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가 끝난 후 또다시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헤르페스같이 평생 완치가 안 되는 것도 있다. 진료비, 약값, 재검진비, 그리고 오가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섹스의 비용이다.

만약 임신하게 되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시간의 소모가 발생한다.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는 사후피임약을 먹을 수 있지만, 그 시기를 놓치면 매우 힘든 형편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인 데다 비혼자 출산에 제도적 지원이 빈약하다.

‘티끌 모아 로맨스’에서 50원이 부족해 콘돔을 못 사 섹스를 포기한 장면은 코믹한 에피소드지만 사실은 그거야말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다. 만약 현실에서 “안에다 (사정) 안 하면 괜찮을 거야,” 혹은 “분위기 깨기도 싫고, 에라 모르겠다”식으로 넘어갔다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럼 결국 최고의 섹스 비용 절감은 파트너 섹스를 안 하는 것인가? 이론상으론 맞지만, 가장 체력이 좋고 성욕이 왕성한 시기에 돈 때문에 지레 겁먹고 섹스를 포기하는 것은 비참하다. 솔직히 대화를 하고 예방책을 세우자. 파트너에게 성병 유무를 묻거나 바이러스 검진을 요구하는 게 로맨스와 완전 반대 지점에 있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열정 넘치는 즉흥적 섹스는 이상이지만 근질거리는 성기와 잔고 부족 통장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섹스로 인한 예상치 못한 비용 소모를 막으려면 ‘노콘노섹(콘돔 없이는 섹스도 없다)’를 사자성어처럼 마음에 새기자. 공짜인 줄 알았던 섹스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루기엔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빠듯한 게 지금 우리 세대니 말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