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모비치·우크라 협상단, 평화회담서 독극물 중독 의혹

방성훈 기자I 2022.03.29 10:00:02

3월초 평화회담 직후 일부 참여자 충혈·탈피 등 증상
종전 반대하는 러 강경파 독극물 테러 의혹 제기
미·우크라 정부 "사실아냐…환경적 요인·음모론" 일축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겨냥한 독극물 테러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 구단주로 잘 알려진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유럽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켓은 2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단 중 최소 2명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회담을 가진 직후 얼굴과 손의 피부가 벗겨지고, 충혈, 눈물 등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회담 이후 몇 시간 동안 실명했고, 식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는 전쟁 직후부터 평화협상에 긴밀히 관여했으며, 최근에는 마리우폴 시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독 증세를 보인 이들은 당시 물과 초콜릿만을 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이들 모두 상태가 호전됐으며 생명에도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식통들은 종전을 원하지 않는 러시아 강경파가 평화회담을 방해하기 위해 은밀하게 공격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독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첩보에 따르면 해당 증상은 환경적 요인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중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중독설은) 사실이 아니다. 또하나의 허위 정보”라며 “다양한 추측과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아브라모비치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선 어떤 증세도 발현되지 않았다는 점은 중독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CNN방송은 “(내부에서는)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 측은 WSJ에 누가 왜 그들을 목표로 삼았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CNN방송의 취재 요청에도 “노코멘트”라고만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WSJ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방 전문가들은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겪은 증세가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전자파 공격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체프 수석조사관은 빡빡한 협상 일정으로 샘플을 채취하지 못했으며, 의심되는 독극물을 찾아내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로체프는 신경작용제 중독 증상을 보였던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조사했던 인물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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