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화전투는 레이저·영상·데이터통신·컴퓨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실전같은 전투훈련을 하는 것이다. 훈련장 한가운데 ‘피흘리지 않는 전투체험’이라고 쓰여져 있는 글귀가 이같은 설명을 대신한다. 레이저로 부위별 타격 판정이 가능한 마일즈 장비 등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 훈련을 한다. 이에 대한 상황과 그 위치 등이 중앙통제 장비로 전송되며 데이터로 집계돼 사후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육군은 지난 11일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 체계를 전력화 한 KCTC를 언론에 공개했다. 강원도 인제군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KCTC는 지난 7월 여단(연대)급 부대가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과학화 훈련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대대급 훈련시에는 공격과 방어를 실시하는 2개 대대 훈련규모가 약 1400여명에 장비는 약 200여대 였지만, 여단급 훈련에서는 2개 여단 인원 약 5000여명과 장비 약 1000여대로 4~5배 가량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같은 체계를 구축하는데 까지는 7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여단급 과학화 전투훈련장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는게 부대측 설명이다. 과학화훈련단 한경록 단장(준장·육사 42기)은 “세계 3번 째로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장을 갖춘 KCTC는 세계 최초로 곡사화기 자동 모의와 수류탄 모의가 가능하다”면서 “공군 체계와 연동해 통합화력도 운용할 수 있고, 육군항공과 방공무기 교전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4월 창설된 육군 과학화훈련단은 중대급, 대대급, 여단급으로 과학화 전투훈련장에서 훈련할 수 있는 보병부대의 규모를 확대해왔다. 지금까지 전방 각 육군 부대를 비롯해 해병대 및 육군사관생도 등 78개 중대, 124개 대대, 3개 연대가 이곳에서 훈련했다. 특히 2015년 4월에는 전문대항군연대로 확대됐는데, 그 유명한 ‘전갈부대’다. 북한 인민군을 완벽에 가깝게 모사한 전문 대항군 부대로 북한 육군식 전술과 전략, 편제를 갖추고 있다. ‘적보다 강한 적’이라는 부대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대항군으로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하며 타 부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교육과 훈련량이 상당하다.
◇피흘리지 않는 전투체험, ‘했다치고’식 없다
KCTC는 실전과 같은 상황 조성을 위해 ‘했다치고’식이나 ‘봐주기’를 하지 않는다. ‘모의’이긴 하지만 모든 장비를 실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운용해야 한다. 발사기의 탄두에 레이저 장비를 부착해 실제 탄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소리만큼은 실제 무기와 다를 바 없다. 전장 상황도 말 그대로 야전이다. 산을 몇개를 넘어야 하는 악조건과 하계 및 동계 작전환경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훈련 부대 장병들이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KCTC에 입소하는 훈련부대들은 4~5개월 전부터 사전 준비를 한다. 전략·전술 토의와 체력단련을 위한 것이다. 실제 훈련은 15일 동안 이뤄지는데 부대전개 및 전투훈련부터 방어작전, 공격작전, 전장정리, 장비·물자 반납 등 실제 전투와 유사하게 진행된다. 전투 과정에서 소·중대장과 장병들은 또 한번 눈물을 흘린다. 전우들이 자신의 앞에서 실제 죽어나가는 모습에 슬픔을 느낀 탓이다. 마지막 사후검토에선 병력을 통솔하는 지휘관들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병력이 전사했다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현장에서 취재진의 모의전투훈련을 통제한 KCTC 장교는 “훈련에선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면서 “미국에선 과학화 전투훈련장에서 전투경험을 한 장병이 실전에 투입되면 전사할 확률이 50% 이하로 줄어든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