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3년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엔-원 환율은 지난해 말 100엔당 1002.1원으로 전년말(1238.3원)보다 236.2원 하락했다. 이에 따른 절상률은 23.6%로 1998년(21.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신영 한은 외환시장팀 과장은 “지난해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가 달러당 86.15엔에서 105.05엔까지 치솟는 등 18% 절하됐기 때문”이라며 “2012년 10% 절하됐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절상률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네 번째를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 1055.4원으로 전년말(1070.6원)보다 15.2원 하락, 1.4% 절상됐다. 같은 기간 G20 국가들 중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절상된 통화는 유로화(4.2%), 중국 위안화(2.9%), 영국 파운드(1.9%) 등으로 원화는 네 번째로 절상률이 높았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 우려 등으로 큰 폭 약세를 보였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무려 24.6% 절하됐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20.8% 가치가 하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19.4%), 일본 엔화(-18.0%), 터키 리라화(-17.0%), 호주 달러화(-14.2%), 브라질 헤알화(-13.1%), 인도 루피화(-11.4%) 등 대부분의 통화가 절하됐다.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원화 가치가 절상된 것은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 지속, 견조한 수출 기대 등 한국 경제의 여건이 양호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원화가치 절상은 수출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달러-원 환율의 전일 대비 및 일중 변동폭은 각각 3.7원, 5.2원으로 전년(3.3원, 4.2원)보다 확대됐다. 전일 대비 변동률은 0.34%로, G20 국가의 15개 통화 가운데 4번째로 낮았다.
김 과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G20국가 통화 대부분이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한국 원화는 그 영향이 제한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은행간 시장의 외환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201억4000만달러로 전년(215억9000만달러)보다 6.7% 감소했다. 이는 2010년(194억6000만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품별로는 외환스왑이 102억3000만달러로 가장 컸으며, 현물환(82억7000만달러), 기타파생상품(15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국내기업의 선물환 거래는 지난해 41억달러 순매입을 기록했으나, 그 폭은 전년(246억달러 순매입)보다 크게 줄었다. 비거주자가 국내 외국환은행과 매매한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는 29억4000만달러 순매도에서 123억4000만달러 순매입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