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EU, 예산안 갈등 봉합…사상 초유 과징금 모면

주세피 콘테 이탈리아 총리.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유럽연합(EU)-이탈리아 정부 간 갈등이 봉합됐다. 예산안 수정도, EU와의 타협은 없다던 이탈리아가 한 발 물러선 덕분이다. 사상 초유의 EU제재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재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2019년도 예산안과 관련, EU집행위원회와 기술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19일 집행위에서 비준 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U집행위는 지난 10월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한다며 수정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이탈리아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각종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선 꼭 필요한 돈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후 EU는 사상 첫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최대 GDP의 0.2% 과징금 또는 EU지원금 삭감이 고려됐다. 과징금은 이탈리아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350억유로(4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이탈리아는 약 40억유로(약 5조1300억원)를 삭감,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2.4%에서 2.04%까지 축소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EU는 수정 예산안 제출에 대해 ‘진전’이라고 반기면서도, 건전성을 위해서는 추가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전히 목표치(GDP 대비 1.8%)에는 미치지 못해서다.

주세페 콘테 총리,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등 이탈리아 정부 핵심 인사들은 지난 16일 로마에서 4시간 동안의 논의 끝에 EU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한편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시장에선 여전히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를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랙록의 브루노 로벨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진짜 문제는 2019년도 예산이 아니다. 2020년과 2021년에 집행될 예산이다.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 삭감 의지에 의구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