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위협은 영역의 구별도 없다. 신용 위기의 사정권 밖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영국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물론 원유 등 상품 시장까지 신용 경색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뇌관이 터질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다음 희생양을 찾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어떤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이 잠재적 손실 가능성이 있는지, 부실 채권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관한 소문이 양산되는 등 유동성 위기 공포가 커지고 있다.
◇대형 IB 잇따른 고해성사..약이냐 독이냐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 금융기관들은 잇따른 고해성사에 나서고 있다.
2주 전 서브프라임 문제에 자신있다고 큰 소리를 치다 세계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BNP 파리바의 전철은 피하겠다는 의도다.
손실을 쉬쉬하다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손실을 고백하자"는 추세가 뚜렷하다.
헤지펀드 손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월가 투자은행의 최고봉` 골드만삭스는 이날 글로벌 에쿼티 오퍼튜니티 펀드가 지난 7월 31일까지 일 년 동안 13.9%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올들어 7월까지 손실률도 2.6%였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대표 헤지펀드인 글로벌 알파 펀드는 올들어 이미 26%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알파 펀드의 공식 손실 규모도 곧 밝힐 예정이다.
영국 3위 은행 바클레이즈의 자회사인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BGI)도 내일까지 `BGI 32 캐피털 펀드`에 대한 주간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BGI는 지난 6월 기준 운용 자산만 2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펀드 운용회사 중 하나로 최근 금융시장 급변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도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독일 3위 은행 웨스트LB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을 12억5000만유로(17억달러)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또다른 독일 은행 IKB은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고 이 여파로 CEO가 사임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도 287억달러의 서브프라임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고해성사가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의 노출 비중이나 손실이 예상보다 작을 경우 투자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고, 경색으로 치닫던 시장도 리스크를 반영해 수급조절 및 가격형성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음 타자는 누구..상업용 부동산, 원유시장 등 지목
영역 구분없이 무제한적으로 퍼지고 있는 서브프라임 불똥은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부동산 시장을 지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까지 번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이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 사용하는 `점보 론` 금리가 빠르게 급등하면서 미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높다고 보도했다. 신용 경색 우려가 유동성을 고갈시키면서 점보론과 같은 우량 대출의 금리까지 급등시킨 것.
아메리카나 모기지 그룹의 봅 몰턴은 "지난 20년간 모기지 사업을 해왔지만 금리가 이처럼 크게 변동하는 것으로 처음"이라며 "시장에 공포감이 커지고 있으며 공포는 시장을 과민반응 상태로 몰아넣는다"고 평가했다.
사무실, 호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 대출업체 쿠퍼 호로위츠의 로버트 호로위츠는 신용 위기 후 상업용 모기지 금리가 적어도 0.5%포인트 올라갔다고 밝혔다.
상품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신용 위기로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는 헤지펀드들과 투기 세력들이 원유 선물 투매에 나서면서 지난 몇 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상품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원유 선물의 롱포지션은 10만6258계약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전주의 12만7941건 대비 17% 급감했다. 원유 선물 가격 또한 배럴당 78.77달러로 사상 최고였던 지난 1일 보다 9% 하락했다.
와코비아의 제이슨 쉔커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고갈이나 신용 경색으로 유가 상승을 지지하던 투기세력들이 시장을 빠져나갈 경우 원유 시장에 실질적인 하향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경없는 모기지 부실..英· 中도 위험?
일각에서는 영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서브프라임 부동산 문제가 미국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달리 많은 나라에서는 대출자들의 재정 및 신용 상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 프라임과 서브프라임 대출의 구분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파열음이 발생하면 위기의 전파 속도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일 영국의 가계 부채 비율이 선진국 최고 수준인데다 영란은행(BOE)의 지속적 금리인상도 모기지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영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론을 거론했다.
중국 사회과학원도 나섰다. 사회과학원의 이셴룽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12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택 모기지 신용위기가 중국에서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며 "중국 주택담보대출의 질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대출보다 훨씬 불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는 적어도 신용 확인 시스템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어느 누구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릴 수 있다"며 "중국의 모기지 대출이 3조위안(3962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 상품에 직접 투자한 중국 은행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 6대 은행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총 49억위안(60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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