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30)씨는 며칠 전 지난해 가을 수납장에 넣어놨던 모기장을 꺼냈다.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빠른 시기다. 이씨는 “오래된 건물에 살다 보니 여름에 모기가 많아 괴로운데 봄까지 난리니 못 살겠다”며 “빨리 이사를 가든지 해야 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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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일 평균 모기지수(주거지)는 23.3으로 지난해 4월 일 평균 모기지수(16.1)보다 7.2 증가했다. 서울시는 매일 모기의 활동성 등에 따라 0(모기 활동 없음)~100(모기 활동 최대)으로 모기지수를 발표한다.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의 모기지수가 지난해 4월보다 높은 것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모기 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 시기 모기를 맞닥뜨린 시민들의 걱정과 불편함은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조모(28)씨는 “자고 일어났는데 벽에 모기가 붙어 있어 잡았는데 새빨간 피가 나왔다”며 “벌써부터 모기가 이렇게 나오면 여름에 어떻게 살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차모(33)씨는 “최근에 모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모기장을 주문했다”며 “봄에 모기를 본 건 오랜만이다”고 혀를 찼다.
‘여름의 불청객’으로 불렸던 모기가 등장하는 시기가 당겨지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면기를 보낸 모기는 7~8도 기온에서 깨어나 13도 이상부터 흡혈 활동을 한다. 그런데 최근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다. 실제로 지난 28일 서울 최고기온은 28.9도로 7월 초여름과 비슷한 날씨였다. 강원 정선 경우 기온이 31.2도까지 치솟아 역대 두 번째로 더운 4월로 기록됐다.
때 이른 모기의 등장에 지자체도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관내 디지털 모기 측정기(DMS)를 지난달 15일부터 가동했다. 이는 지난해 4월 10일부터 채집한 것과 비교해볼 때 약 한 달 빨라진 수준이다. 성동구는 친환경 해충퇴치기 364대와 기피제 자동분가기 16대 운영을 다음달부터 운영함과 동시에 방역기동반을 배치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앞으로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모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경고하면서 발 빠르게 모기 유충 방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곤충들의 체온이 올라가고 대사 활동이 활발해지니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며 “약 30년 전 5월 말에서 6월 초에 나오던 일본뇌염모기가 지금은 3월 말부터 잡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석좌교수는 “다음달이 돼서 기온이 조금 더 올라가면 성충들이 알을 낳고 열흘이 뒤 깨어날 것”이라며 “5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방역기동반을 운영해 유충 방지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