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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부산 금정구 20대 여성 A씨의 집에서 과외 앱을 통해 만나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110여차례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경남 양산의 한 공원 풀숲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유정이 불우한 성장 과정과 가족 관계,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해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유정은 교화 가능성이 없고 사회에서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정유정 측은 불우한 가정환경 등에 따른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정씨 측은 지난 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상세 불명의 양극성 충동장애 등이 있어 감경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정유정은 결심 공판까지 반성문을 13차례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정유정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도면밀하게 범행해 심신미약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진술도 자주 달라져 신빙성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정씨가 과외 앱을 통해 A씨 외에 2명과 더 연락을 했고 범행에 이용한 캐리어 가방을 버리는 등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정유정이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부에 많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보인 모습은 계획적이고 작위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법 감정상으로도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에 충분하지만,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할 수 있는 무기징역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친절한 성격이었고 이제 막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고인과 원한을 산 적도 없는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왜곡된 욕구 탓에 살해됐다.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유정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정유정은 당시 최후 진술을 통해 “중국어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준법정신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저 자신을 돌아보는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면서 “새 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