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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자산운용업계, 과도한 보수 인하 경쟁 우려”

박순엽 기자I 2025.04.10 09:15:00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서 본연 업무 충실 강조
펀드가격 산정 오류 등 우려…관리 체계 점검 엄포
“투자자 최우선 원칙 훼손 사례…정보 명확히 공개”
K-운용 차별화 노력 당부…‘주주이익 보호’ 재차 강조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업계의 과도한 보수 인하 경쟁과 펀드가격(NAV) 산정 오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행위가 투자자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품 운용과 관리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또 자산운용사에 투자자에 대한 최선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산업은 초격차 기술과 100세 시대에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라며 “이 산업이 미래를 향해 내실 있게 성장하기 위해 눈앞의 숫자보다 보이지 않는 신뢰의 가치를 먼저 돌아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금융교육 활성화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원장은 우선 자산운용시장의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산운용업계가 양적 성장을 이어오면서 국민 재산 증식과 기업가치 향상에 이바지해온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가격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며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선 펀드 시장 신뢰 보호를 위해 상품 운용과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원장은 이와 함께 ‘신인의무’를 운용사의 모든 판단과 행동을 규정하는 핵심 원칙으로 꼽으면서 신인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9조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자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임직원 사익 추구, 계열사 등 이해 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 사례를 적시하는 등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 CEO들에게 운용 역량 제고를 위한 전문성과 창의성 제고 노력에 힘써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일본이 ‘자산운용입국’을 국가 전략을 채택했고, 영국·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도 운용 산업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국내 시장을 두고 ‘한국 시장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한 만큼 업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당부한다”며 “금감원도 펀드 운용 규제 개선과 운용사 업무 영역 확대 등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산운용사가 국내에도 출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자본시장이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와 기업 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전쟁 등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하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변함없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은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고, 시장은 공정하게 작동하고, 투자자는 합당한 수익을 누리는 구조, 이것이 자본시장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이자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주 이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핵심과제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며 “모두가 필요성과 방향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방법론의 차이 등에 따라 결실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여기서 멈춰 설 수 없고 소모적 논쟁으로 낭비될 여유가 없다”며 이와 관련된 입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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