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퇴 압박 속 꿋꿋한 문형배…헌재 입장 낼까

백주아 기자I 2025.01.31 08:53:38

문 권한대행, 여권 ''북침론 동조'' 주장 반박
與, 이재명과 친분에 탄핵심판 공정성 논란 제기
과거 SNS 소통 흔적에 정치적 편향성 비판
법조계 "尹 지지층, 탄핵 결과 수용하지 않을 것"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끄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과거 행적들이 속속 공개되며 헌재 심리의 공정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문 대행이 개인 블로그에 15년 전 올렸던 글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친분 등을 이유로 여권에서 사퇴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헌재가 공식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내달 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을 앞두고 이날 오후 2시 공식 브리핑을 실시한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문 권한대행 관련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 권한대행은 직접 반박하며 여권의 사퇴 종용에 대응하고 있다.

문 대행은 지난 29일 저녁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 블로그 링크와 함께 “원문을 읽어보시죠”라며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약 15년 전인 지난 2010년 9월 11일 문 대행이 부산 법원봉사단체에서 유엔(UN)기념공원 참배와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등을 다녀온 뒤 ‘유엔묘지에서 이삭의 집’까지라는 제목으로 올린 것이다.

이 글을 두고 여권에서서 문 대행이 유엔군에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더 나아가 북침론에 동조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며 여론 공세를 퍼붓자 직접 비판이 실제 맥락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행의 글에서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왔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 등의 부분을 들어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을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행은 해당 블로그 글에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북한을 가리키고, 통일을 핑계 댄 그들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방문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고 이후에도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유엔묘지 봉사활동을 갔다며 “‘유엔군과 이삭의 집 주원장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에 제 생각이 드러나 있다”고 적었다.

◇ ‘친분설’ 제기 이재명 대표와 주고받은 SNS 논란

문 대행과 관련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이재명 대표와의 과거 친분 때문에 논란이 가열됐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 23일 “문 대행은 이 대표, 정성호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고,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꼽은 몇 안 되는 가까운 법조인”이라고 언급했다. 주 의원은 “문 대행의 X(옛 트위터)를 이재명 대표가 팔로우하고 있고, 문 대행이 팔로우하는 상당수 사람은 ‘윤석열 구속’을 외치고 있다”며 “문 대행이 이끄는 헌재는 ‘절차적 공정성’에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문 권한대행의 공정성에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가운데 지난 25일 이 대표는 X에서 돌연 그를 언팔했다. 같은 날 문 대행도 자신의 X 계정을 삭제했다. 이에 두 사람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탄핵 심판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여당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팔로우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행이 X계정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2011년 7월18일 문 대행은 “법의 테두리에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법적 절차라는 건 단순히 많은 수단들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 글 이 대표가 “문판님 여기서. 만나다니. 잘 계시죠? ㅎㅎ 마나님께 안부를 ㅎ”이란 댓글을 남기며 친분설에 기름을 부었다.

‘문형배 판사님’을 ‘문판’으로 축약해 부르며 작성된 이 대표의 안부글에 문 대행은 “시장님 고생이 많으시죠. 건강에 유의하십시오”라고 답을 했다.

앞서 헌재는 문 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이 확산하자 “헌법재판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며 “개인적 사정은 헌재 재판 심리에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둘의 대화는 2011년 9월부터 있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당시 진주지원장이었던 문 대행의 안부를 물으며 “지원장님 잘 계시죠? 남의 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말을 할 날이 언젠간 있겠지요 ㅎㅎㅎ”라고 글을 남기자 문 대행은 “저는 말보다 실천에 관심이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2013년 6월 이정렬 판사가 이명박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법원을 떠나자 문 대행은 “이정열 판사가 법원을 떠났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잘 계시냐”고 묻기도 했다.

◇ 법조계 “정치 공세 속 탄핵심판 공정성 논란 우려”

법조계에서는 여권의 공세와 문 대행과 헌재의 팽팽한 입장 대립을 두고 향후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 및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헌재는 문 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이 확산하자 “헌법재판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며 “개인적 사정은 헌재 재판 심리에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십수년도 더 된 일을 끄집어 내 정치 공세를 이어가는 여당이나 일일히 대응하는 문 대행이나 헌재 심판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해도 일부 세력들이 헌재 판단에 불복해 저지를 수 있는 극렬 사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친분 논란을 따지면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고 정 재판관도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며 “재판관이 양심과 법률에 따라 심판한다는 믿음이 없으면 법치주의는 존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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