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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문 권한대행 관련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 권한대행은 직접 반박하며 여권의 사퇴 종용에 대응하고 있다.
문 대행은 지난 29일 저녁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 블로그 링크와 함께 “원문을 읽어보시죠”라며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약 15년 전인 지난 2010년 9월 11일 문 대행이 부산 법원봉사단체에서 유엔(UN)기념공원 참배와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등을 다녀온 뒤 ‘유엔묘지에서 이삭의 집’까지라는 제목으로 올린 것이다.
이 글을 두고 여권에서서 문 대행이 유엔군에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더 나아가 북침론에 동조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며 여론 공세를 퍼붓자 직접 비판이 실제 맥락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행의 글에서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왔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 등의 부분을 들어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을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행은 해당 블로그 글에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북한을 가리키고, 통일을 핑계 댄 그들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방문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고 이후에도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유엔묘지 봉사활동을 갔다며 “‘유엔군과 이삭의 집 주원장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에 제 생각이 드러나 있다”고 적었다.
◇ ‘친분설’ 제기 이재명 대표와 주고받은 SNS 논란
문 대행과 관련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이재명 대표와의 과거 친분 때문에 논란이 가열됐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 23일 “문 대행은 이 대표, 정성호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고,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꼽은 몇 안 되는 가까운 법조인”이라고 언급했다. 주 의원은 “문 대행의 X(옛 트위터)를 이재명 대표가 팔로우하고 있고, 문 대행이 팔로우하는 상당수 사람은 ‘윤석열 구속’을 외치고 있다”며 “문 대행이 이끄는 헌재는 ‘절차적 공정성’에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문 권한대행의 공정성에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가운데 지난 25일 이 대표는 X에서 돌연 그를 언팔했다. 같은 날 문 대행도 자신의 X 계정을 삭제했다. 이에 두 사람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탄핵 심판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여당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팔로우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행이 X계정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2011년 7월18일 문 대행은 “법의 테두리에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법적 절차라는 건 단순히 많은 수단들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 글 이 대표가 “문판님 여기서. 만나다니. 잘 계시죠? ㅎㅎ 마나님께 안부를 ㅎ”이란 댓글을 남기며 친분설에 기름을 부었다.
‘문형배 판사님’을 ‘문판’으로 축약해 부르며 작성된 이 대표의 안부글에 문 대행은 “시장님 고생이 많으시죠. 건강에 유의하십시오”라고 답을 했다.
앞서 헌재는 문 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이 확산하자 “헌법재판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며 “개인적 사정은 헌재 재판 심리에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둘의 대화는 2011년 9월부터 있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당시 진주지원장이었던 문 대행의 안부를 물으며 “지원장님 잘 계시죠? 남의 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말을 할 날이 언젠간 있겠지요 ㅎㅎㅎ”라고 글을 남기자 문 대행은 “저는 말보다 실천에 관심이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2013년 6월 이정렬 판사가 이명박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법원을 떠나자 문 대행은 “이정열 판사가 법원을 떠났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잘 계시냐”고 묻기도 했다.
◇ 법조계 “정치 공세 속 탄핵심판 공정성 논란 우려”
법조계에서는 여권의 공세와 문 대행과 헌재의 팽팽한 입장 대립을 두고 향후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 및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헌재는 문 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이 확산하자 “헌법재판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며 “개인적 사정은 헌재 재판 심리에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십수년도 더 된 일을 끄집어 내 정치 공세를 이어가는 여당이나 일일히 대응하는 문 대행이나 헌재 심판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해도 일부 세력들이 헌재 판단에 불복해 저지를 수 있는 극렬 사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친분 논란을 따지면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고 정 재판관도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며 “재판관이 양심과 법률에 따라 심판한다는 믿음이 없으면 법치주의는 존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