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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완다그룹 핵심 계열사 다롄완다상업관리그룹(이하 다롄완다)이 이번 주 안에 자산을 처분해 오는 23일 만기인 4억달러(약 5048억원)의 채권을 상환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채권단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롄완다 측은 채권단에 채권 상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롄완다가 어떤 자산을 처분해 채권을 상환할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롄완다는 상환해야 하는 4억달러 가운데 최소 2억달러(약 2528억원)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채권은 원금 상환을 연기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없어 제때 갚지 못하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다롄완다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거듭 상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가 되는 채권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CCC로 재차 강등했다. 이후 다롄완다의 23일 만기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29센트까지 하락했으나, 이날 자산 처분 소식이 전해진 뒤 90센트까지 반등했다.
디폴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어서 다롄완다 채권 투자자들은 회사가 가용자금 등과 관련해 소통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들(다롄완다)은 1~2주 전까지만 해도 채권을 상환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 부문(하이일드 채권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에 다롄에서 설립된 완다그룹은 중국에서 부동산과 호텔, 테마파크, 영화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완다그룹은 한때 중국의 몇 안 되는 우량 기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10년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채가 급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완다그룹 및 계열사가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는 최소 11억 8000만달러(약 1조 4903억원)에 달한다. 완다그룹은 지난해 7월에도 부도설이 제기됐다가 10억위안(약 1757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시장에서는 2021년 헝다 그룹의 디폴트 사태가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1년에도 헝다그룹이 달러 표시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고, 이는 다른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