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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로힝야족 '탄압'…서방, 아웅산 수지에 평화 촉구

김형욱 기자I 2017.09.19 09:47:44

70년 끌어 온 소수민족 갈등 격화…난민 43만명
UN "인종 청소" 비난…수지 대국민 담화 ''주목''

미얀마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사람들이 18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로힝야족 거주 지역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불교국가인 미얀마와 이곳의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가 충돌했다. 서방세계는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에 평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이 미얀마를 이끄는 아웅산 국가고문에게 로힝야에 대한 군사적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로힝야족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The Arakan Rohingya Savation Army)’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 군경을 공격해 10여명을 사살했다. 이에 미얀마군은 ARSA 소탕전에 나섰고 1000여명(미얀마 정부 추산 약 400명)이 죽고 로힝야족 43만명이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이번 사건만 보면 갈등의 발단은 로힝야족의 선제 공격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론 간단치 않다. 19세기 때부터 라카인에 모여 살던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1948년 미얀마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부터 자치를 주장했으나 미얀마 군부 정권으로부터 국적도 언어도 인정받지 못한 채 탄압받아왔다. 현 지명 라카인도 로힝야족의 아라칸의 미얀마어식 표기다. 국제사회로부터도 외면된 이들은 급진화 끝에 2012년 전후 ARSA를 만들어 대항에 나선 것이다. 유엔(UN)은 이를 ‘인종 청소’로 규정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있다. AFP


사람들은 19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아웅산 수지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이 담화를 “결정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각국 외교 수장도 미얀마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아웅산 수지가 강한 발언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로힝야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장관급 회담을 열었다. 캐나다와 덴마크, 터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스웨덴,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을 비롯해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 대사와 유럽연합(EU) 대표도 참석했다. 존슨 장관은 “우리는 (미얀마 내) 살육과 폭력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며 “군부뿐 아니라 아웅산 수지도 이를 이끌어주기를 이끌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이는 아웅산 수지와 미얀마 민주정부(의 명성)에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헤일리 주 유엔 미국 대사도 “(미얀마 정부는) 폭력을 멈추고 로힝야족 모두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국 외교장관 중에선 중국만이 왕이 외교부장의 바쁜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은 미얀마의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현 정권과 유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아웅산 수지 정부를 지원한다면 중국은 군부 측과의 교감이 더 두텁다는 평가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AFP


아웅산 수지로선 곤혹스런 상황이 됐다. 그는 과거 미얀마 군부의 15년 가택 연금 압박 끝에 2015년 11월 총선에서 군부 정권에 압승하며 정권을 쥐었다. 이 과정에서 서방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이상 여전히 적잖은 의석의 갖고 있는데다 군 통수권도 장악한 군부와 타협해 나가야 한다. 로힝아족 공격이 아웅산 수지의 뜻이 아니더라도 이를 막을 힘이 없다. 그러나 서방의 비난은 그에게 쏠리고 있다. 아웅산 수지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듯 19~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도 참석지 않기로 했다. 따웅 툰 미얀마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로힝야족) 사람은 누구든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절차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차별이 아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로 온 로힝야족 난민의 증언에 따르면 여전히 미얀마 군대의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군대뿐 아니라 미얀마의 주류 민간인도 로힝야족 탄압에 동참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로힝야족 난민은 국제 사회가 미얀마 군대를 제재해줄 것을 호소했다. 미얀마 정부는 군대가 ARSA 반군을 제압하는 중이라며 탄압 사실을 부인했으나 이 지역에 대한 국제 구호단체나 외신의 진입은 전면 통제했다. 일부 국제단체는 위성사진을 토대로 이곳 무슬림 마을 80여곳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군대가 아닌 민간인의 방화 공격의 증거도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피신해 있다. AFP
미얀마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피신해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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