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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휘발유 및 경유(디젤) 신차 판매 금지 기한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35년 이후에도 휘발유 및 경유 중고 차량은 거래가 가능토록 했다. 다만 2050년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기존 목표는 유지했다.
수낵 총리는 또 가스가 필요 없는 ‘히트펌프’ 전환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스 보일러 설치를 2035년까지 100% 중단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완화한 것이다.
수낵 총리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과도 같은 일정으로 맞춘 것”이라며 “(2050년) 넷 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영국 가정에 용납할 수 없는 비용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실제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는 비용을 부과해 왔으며,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2030년 내연차 판매 금지를 앞세워 영국이 탈(脫)탄소 선도국을 자임해온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겼기에 당시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여 민심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입을 모았다. 가디언은 “소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줄여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낵 총리가 속한 집권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노동당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로이터는 “충격적 반전”이라며 “수낵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환경정책을 축소해 부동표를 흡수하려 한다”고 분석했으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 선진국의 환경 규제를 견인해 온 영국의 정책 변경은 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당 내부 원로급 의원들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후퇴시켰다며 이번 조치가 영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에너지 요금 인상 및 국제적 명성 훼손 등의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꼬집었다.
존슨 전 총리도 “현 시점에 (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사업에 대한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영국 가계의 물가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스미스 전 환경장관은 “수낵 총리는 우연이 아닌 선택을 통해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그의 재임 기간은 영국이 세계와 미래 세대에 등을 돌린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는 “수낵 총리는 영국 국민들에게 더 큰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휘발유 및 경유 차량 운행 중단 시기를 늦추는 것은 영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정에 맞추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전기자동차 전환을 서둘렀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했다며 반발했다. 기아차는 성명을 내고 “오늘 발표는 복잡한 공급망 협상과 상품 기획을 바꾸는 한편 소비자와 업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시장의 확실성과 소비자 신뢰를 창출하는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