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약국 체인인 CVS헬스(CVS)가 재택 헬스케어업체인 시그니파이 헬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유통 공룡’인 아마존, 경쟁사인 월그린, 유나이티드헬스 등과의 경쟁을 뚫고 인수전에서 승리함에 따라 향후 성장성에 날개를 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CVS는 주당 30.50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시그니파이를 총 80억달러(원화 약 10조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전은 아마존과 월그린 등 여러 경쟁자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2017년에 설립된 시그니파이는 가정과 커뮤니티, 미국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가입한 65세 이상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원격과 재택 방문을 통해 건강 관리와 자문 등을 제공해주는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시그니파이 주가는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이후에만 45%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주말 종가인 28.77달러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67억달러 규모다. 인수금액은 전체 시총에 19%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미국 내에만 1만개에 이르는 매장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미국 전체 인구 중 82% 이상을 매장 주변 10마일(16km) 이내에 두고 있는 CVS로서는 시그니파이의 원격 플랫폼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CVS는 시그니파이에 대해 “건강 리스크 평가에 관한 한 업계 리더”라고 평가했는데, 실제 시그니파이는 미국 내 50개주에서 총 1만명 이상의 의사들을 네트워크 상에서 250만명 이상의 소비자들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캐런 린치 CVS 최고경영자(CEO) 역시 인수 합의 발표 직후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는 가정 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소비자들의 헬스케어 수요를 충족시키는 등 헬스케어 경험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CVS가 그동안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으로 추진해 온 여타 서비스와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VS는 미국 내 3위 민간 건강보험사인 애트나를 인수해 거느리고 있고, 또다른 약국 체인인 케어마크도 인수한 뒤 CVS와 합병한 바 있다. 또 수년 전부터 매장 내에서 백신이나 응급치료가 가능한 미닛클리닉(MinuteClinic)이라는 서비스를 개설해 현재 1000곳 정도에서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일부 매장에서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까지도 시범 도입하고 있다.
아울러 이는 다른 업체들과도 경쟁 차원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쟁사인 월그린은 3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케어센트릭스라는 홈케어업체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고, 월마트와 아마존 역시 최근 원격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성에서 다소 정체된 느낌을 주고 있던 CVS에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내 헬스케어시장은 그 규모만 3조7000억달러에 이르며,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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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구어틴 CV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인수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되고 나면 회사 이익에 의미있게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작년 말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장기적인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2분기에 CVS는 매출액 806억달러, 조정 EPS 2.40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764억달러, 2.16달러였던 월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냈다. 회원제 건강관리와 약국서비스, 소매부문 등 주요 3개 사업부문 모두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시장 전체 평균인 1.5%를 웃도는 2.2%의 배당수익률과 헬스케어 업종 평균인 16.4배에 훨씬 못 미치는 11.1배의 주가순이익비율(PER) 등을 감안할 때 시장 내에서는 업종 내 경기 방어주로서 기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