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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다르면 미 의회예산국(CBO)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 의회는 연방정부의 현재 부채한도인 31조 4000억달러(약 4경 393조원)를 신속히 증액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부채한도가 변경(상향)되지 않으면 7~9월 사이에 특별조치를 사용한 차입 능력이 소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BO는 또 “연방정부의 재정이 고갈되는 정확한 시기는 오는 4월 국세청(IRS)의 세수가 결정돼야 알 수 있겠지만, 세수가 추정치에 미치지 못하면 재무부의 자금이 7월 이전에 고갈될 수 있다”며 “연방정부는 일부 정부 활동에 대한 비용 지급을 연기하거나 채무에 대한 원리금 상환 의무를 불이행할 수 있고, 어쩌면 둘 모두 이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지난달 19일 연방정부의 부채가 한도에 도달하자 의회에 증액을 요청하며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연방정부는 부족한 예산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데, 부채한도에 도달하면 이같은 방법으로는 더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 이에 미 재무부는 퇴직연금, 공무원연금 등 각종 연기금에 대한 신규투자 및 재투자를 중단하는 특별조치를 시행중이다. 미 재무부는 특별조치가 6월 초까지만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통한 차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으로만 재정지출을 시행해야 한다. 지출 규모가 큰 국방, 메디케어, 각종 연금 등 사회보장 서비스 부문에서 지출 능력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부분적인 정부 기관 폐쇄 및 공무원 임시 휴무 등 셧다운 사태가 벌어져 침체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부문의 불필요한 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복지·인프라 등의 재정지출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달 초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협상을 위해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합의 도출엔 실패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우리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무모한 지출”이라며 “책임있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통해 (연방정부의) 재정상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백악관·민주당과 공화당이 자체 예산안을 발표한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다음달 초, 공화당은 4월 각각 자체 예산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은 1960년 이후 78차례 실시되는 등 역사적으로 빈번하게 이뤄졌고, 실제 디폴트로 이어진 적도 없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동안에는 한도 상향이 쉽게 이뤄진 적이 없다. 2011년에도 의회에서 교착상태가 지속되며 디폴트 가능성이 급증했다. 당시 디폴트를 피하긴 했지만,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정부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금융시장에선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졌다. 2013년 이후에도 미 정치권 대립 심화로 7차례 한도 상향이 유예됐다.
WSJ은 “의회가 부채한도를 놓고 대치하는 동안 디폴트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금융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CBO는 이날 향후 10년 동안 연방예산 및 경제전망에 대한 보고서도 발표했다. 올해 연방예산 적자는 총 1조 4000억달러(약 1794조원), 향후 10년 동안 연간 적자는 평균 2조달러(약 25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CBO는 향후 10년 동안 누적 적자 규모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3조달러(약 3841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