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계탕이 우스운 보양식, 전복
전복이 얼마나 보양강장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본다면, 삼계탕이나 보신탕, 장어 따위만큼 여름보양식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전복에는 '아르기닌'이란 아미노산이 많이 들었다. 아르기닌은 '원기의 원천'이라 불린다. 정액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간장 해독에 좋은 타우린도 많다. 간의 해독기능을 촉진하는 메티오닌이나 시스테인 같은 함황아미노산도 있다. 정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성장을 돕고 상처를 아물게 하고 중금속인 납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미네랄인 아연도 많다.
전복은 보양강장에도 좋지만 맛도 탁월하다. 아르기닌은 원기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전복의 감칠맛을 내는 주요 성분이다. 입에서 '달다'고 느끼는 건 음식에 들어있는 아미노산인 경우가 많다. 전복에는 아르기닌 말고도 글리신, 베타닌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여기에 타우린과 글리코겐까지 더해져 어떤 조개도 따라오기 힘든 진한 감칠맛을 낸다.
요리법에 따라 맛도 변화무쌍하다. 전복을 회로 먹으면 딱딱하달 만큼 씹는 맛이 대단하다. 굽거나 찌면 단단한 육질이 야들야들 차지게 변하고, 감칠맛은 더욱 강해진다.
◆ 가격 떨어진 올 여름이 '최적기'
전복이 여름보양식으로 덜 알려진 건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복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전국 전복의 76%를 생산하는 완도군에선 전복 소비 촉진을 위해 초복(오는 19일)을 '전복-데이'로 정하고, 지난 6월 '5500 전복먹기 100일 범국민운동' 캠페인을 시작했다. 5000만 국민이 6월 10일부터 9월 17일까지 100일 동안 500g의 전복을 먹자는 캠페인 내용을 실현하기 쉽지 않아 보이고, 10%에 불과한 할인율이 그나마 ㎏당 6만원대인 6~8미(㎏당 개수)의 크고 비싼 전복에만 해당돼 아쉽다.
하지만 완도군청에 문의하면 전복을 시세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건 참고할 만하다. '북촌수산'을 운영하는 노화읍 북고리 이장 김옥남씨는 "10미(1㎏ 10마리) 전복을 4만5000~5만원에 택배로 보내드린다"(택배비 포함)고 말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찾은 한 수산업체는 9~10미 전복을 5만7000원(7월 17일 현재)에 판매하고 있다. 완도군 자치경영과 (061)550-5419·5267· 5285, 북고 자율관리공동체 (061)554-1318·010-7725-0090(이주현), 북촌수산 (061)554-7805· 019-625-7805(김옥남). 안내 웹사이트는 없다.
◆ 맛있는 전복 고르려면
전복은 껍데기 바깥으로 불거져 나올 만큼 살이 통통하게 올라야 상품이다. 껍데기나 살에 상처나 흠집이 없어야 한다. 껍데기는 타원형으로 가로와 세로 비율이 3 대 2 정도가 적당하다. 원형, 즉 가로·세로 비율이 1 대 1에 가까우면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처럼 위도가 낮은 나라에서 들여온 전복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역 전복은 성장기간이 짧아 맛이나 영양이 떨어진다.
대부분 수산물이 그렇지만 전복도 클수록 맛있다. 작은 전복을 여럿 먹기보다 큰 전복을 한두 마리 먹는 편이 낫단 소리다. 내장이 노르스름한 흰색이면 수컷, 짙은 초록색이면 암컷이다. 암컷은 육질이 부드러워 찜이나 구이, 조림, 죽 등 익혀서 먹기 알맞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작지만 육질이 오돌오돌해서 회로 먹으면 좋다.
전복이라고 하면 지레 겁 먹고 집에서 먹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손질이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살 부분을 솔 따위로 깨끗하게 씻는다. 껍질이 얇은 쪽으로 숟가락을 넣고 위아래로 움직여 껍질에서 전복살과 내장을 분리한다. 전복 내장을 살짝 누른 상태에서 살을 당겨 떼어낸다. 전복 살의 길쭉한 부분에 톡 튀어나온 주둥이를 칼로 잘라내고 속에 든 돌처럼 단단한 뼈를 제거한다. 내장은 죽에 넣어 먹고, 살은 회나 구이로 먹으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