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최대의 관광지, 도오야(洞爺) 호수는 여름이었다. 도 남서부에 위치한 둘레 43㎞의 칼데라호. 백두산의 천지처럼, 화산활동으로 생긴 호수다. 호수라기보다는 작은 바다에 가까운 거대함. 코발트블루 수면에서 남프랑스의 여름 해변이 떠올랐다.
▲ 도오야 호수. | |
▲ 사랑 전설을 가진 계수나무 신목(神木). | |
겨우 자동차로 30분 지척인데, 무로란(室蘭)의 지큐미사키(地球岬)는 겨울이었다.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홋카이도 남쪽 말단. 살을 에는 듯 된바람이 불어왔다.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였다. 멀리 양의 발굽을 닮았다는 요오테이잔(羊蹄山)의 만년설이 보였다. “지구의 끝”이라는 별명의 이 곶(岬) 전망대에서, 수평선은 신기하게도 직선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이었다.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이 특이한 지형에서 자신의 몸을 360도 회전하면, 수평선도 따라 원의 궤적을 그렸다. 전망대 한 쪽에는 지구의(地球儀)를 본 딴 ‘행복의 종’이 설치되어 있었다. 치는 사람에게 행복이 찾아온다는 행운의 종. 반신반의하며 종을 울리려다, 실수로 발을 헛디뎠다. 무릇 믿는 자에게 복 있을진저.
▲ 자큐미사키의 `행복의 종`. | |
사계를 하루에 왕복하는 홋카이도 특유의 체험은, 도오야호 텐쇼(天翔)파크 호텔의 온천에서도 반복됐다. 호수 전경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투명 유리창을 제외하면, 사실 한국의 실내 온천과 시설 면에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열탕 냉탕 온탕을 가로지르며, 피로를 풀고 피부를 달랜다. 구태여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탄산, 수소, 황산 등의 혼합천으로 피로회복과 피부질환에 좋다”는 안내문이 아니더라도,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편안해졌다. 푸근한 탕 속에서 의식을 잃고 있다가, 뒤늦게 나선형으로 되어있는 실내 계단을 발견했다. 9층 옥상 야외 온천에 이르는 통로다. 계단을 따라 오르다, 반 투명 출입문 앞에서 멈췄다. “35m야외 풀과 실외 온천탕. 수영복 착용 요망. 밤 9시까지 운영”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8시30분. 하지만 수영복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유리창 밖의 어둠은 짙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질주를 시작했다. 호수의 짙은 물안개가 부끄러움을 덮었다.
여행수첩
●홋카이도, 넓다. 인구 560만에, 대략 강원도 뺀 대한민국 전체와 비슷한 규모의 땅덩이. 덕분에 인구 제1, 2의 도시인 삿포로(180만)와 아사히카와(36만)를 제외하면, 사람과 자동차 둘 다 만나기 힘들다. 6월부터 아시아나가 아사히카와 공항에, 대한항공이 하코다테에 주 3회 정기 취항을 시작했다.
도오야 호수, 지큐미사키, 후라노 등을 포함하는 북해도 패키지상품을 모두투어에서 판매한다. www. modetour.co.kr (02)755-1844
●도(道) 중앙에 자리잡은 소도시 유바리에서 이 곳 특산품 메론에 두 번 놀랐다. 최상품이라지만, 겨우 작은 수박만한 메론 한 개에 무려 8000엔(6만8000원)을 받고 팔고 있었던 것. 하지만 마지막날 숙박지였던 유바리 마운트레이시 호텔에서 안도의 한숨. 저녁 부페식사에서 그 값비싼 유바리 메론을 무한대로 리필하고 있었다. 비결은 인근 메론 농장에서 표면에 흠집이 있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것. 하지만 맛은 시식할 때 먹어본 최상품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달았다. (모두투어 패키지상품에 포함된 숙소). www.yubari-wv.com/stay /racy/index.html. (81)0123-52-2211.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놓칠 수 없다. 2년 전 개관한 이 맥주박물관은 홋카이도 도민 전체의 보물을 의미하는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됐다. 메이지(明治)시대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벽돌 건물 안에는 붉은 별을 상징으로 1876년 시작한 이 맥주회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론 120엔(약 1000원)에 시음할 수 있는 삿포로 맥주가 더 반갑기는 하지만. 입장은 무료다. www.sapporobeer.jp (81)0123-32-5811.
●홋카이도의 호텔 온천은 매일 새벽 2시~3시쯤 남탕과 여탕을 뒤바꾼다. 서로 다른 양식으로 지어 놓은 내부 구조를 골고루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도오야호 텐쇼파크호텔. 잠에 취한 새벽, 전날 밤 이용했던 남탕 탈의실로 들어갔다가 경악해서 뛰어나왔다. 여자들이 유카타를 벗고 있었다. www. toyatensyo.co.jp/top (0142)75-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