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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간표를 거꾸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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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6.09.25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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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교수] 공학자는 일정을 완공일에서부터 거꾸로 계산한다. 끝나야 할 시점을 먼저 못 박고 그 앞의 절차를 하나씩 역산해 보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이 꼭 그런 문제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간표를 거꾸로 읽어야 한다
정부 전망을 보면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대에 원전별 습식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에 이른다. 습식저장조가 가득 차는데 추가 저장수단이 없으면 연료 교체가 막히고 원전 운영에도 제약이 생긴다. 완공일에서부터 거꾸로 계산하자면 부지 내 저장 여력을 확보하려는 절차는 지금 시작돼야 한다.

건식저장이 낯선 기술이어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수십 년간 운영해 왔고, 국내에서도 월성원전이 이미 같은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고 있다. 기술이 아니라 절차와 신뢰의 문제다.

다행히 절차 자체는 이미 법에 들어 있다. 지난해 시행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그 시행령은 시설계획 수립과 주민 의견수렴의 순서를 정해놨다.

한수원이 시설계획 초안을 마련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송부하면 20일에서 40일간 주민 공람이 진행되고, 송부일부터 90일 안에 설명회와 토론회가 열린다. 요건을 갖춘 주민 요구가 있으면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이렇게 모은 의견을 담은 계획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가 심의하는데, 의견수렴이 얼마나 충실했는지가 승인 기준의 하나다. 승인이 났다고 곧바로 시설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와 안전심사가 따로 남아 있다.

이 순서를 포화 시점에서 거꾸로 짚어 보면 답은 분명하다. 초안 송부는 뒤따르는 모든 절차의 출발선이다. 법이 공람과 설명회, 토론회에 넉넉한 기간을 배정한 것은 주민 숙의를 그만큼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다. 한빛본부는 최근 초안을 송부해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출발선에 서지 못한 본부들이 있다. 저장시설 포화는 모든 곳에 다가오는데 시계를 돌리기 시작한 곳은 일부뿐이다.

송부가 늦어진다고 법이 보장한 기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주민 의견을 받아 계획을 고치고 다시 설명하는 일에는 법에 적히지 않은 시간이 든다. 출발이 늦으면 그 여유부터 사라진다. 초안 송부를 서두르자는 말은 공사를 앞당기자는 말이 아니다. 충분히 듣고 계획을 보완할 시간을 벌어 두자는 쪽에 가깝다.

역산한 시간표는 국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부지 내 저장이 길어져 그대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특별법은 중간저장시설과 처분시설을 각각 2050년과 2060년 이전에 운영하도록 노력한다고 적었지만, 연도를 적어 두는 것만으로 불신이 풀리지는 않는다. 부지 선정과 설계, 인허가, 건설의 단계별 이정표와 책임 기관, 그리고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정부와 사업자가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포화의 시계는 멈춰 세울 수 없다. 그러나 준비의 시계는 우리가 앞당길 수 있다. 초안 송부가 서둘러 이루어져 모든 지역에서 주민과의 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시간표를 거꾸로 읽으면, 시작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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