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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팀스터스’ 노동조합원들과 만나 “US스틸이 일본 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막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즉시 (거래를) 차단할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팀스터스는 트럭 운전사 130만명이 가입한 노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거래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지분 전량을 주당 55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총 거래 규모는 약 150억달러(약 20조원)다.
US스틸이 미국의 제조업을 대표하,는 ‘미국 산업화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기업이어서 인수거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불문하고 일부 의원들은 인수거래를 막아야 한다며, 조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가능한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US스틸은 1901년 존 피어몬트 모건이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카네기스틸을 인수해 설립한 기업으로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한때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철강 기업이었으나 일본과 한국, 중국 등의 경쟁업체에 밀리면서 업계 선두 자리를 내줬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2년 신일본제철은 조강(쇳물) 생산량 기준 글로벌 철강업계 4위이며 US스틸은 27위에 위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철강 산업을 되살렸다. (그런데) 지금 US스틸이 일본 (기업)에 인수되고 있다. 정말 끔찍하다”며 “우리는 이 나라에 일자리를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때때로 관세가 그렇게 할 수 있다. 우리는 (나의) 첫 임기 동안 그 과정을 시작했고 (올해 대선에서) 당선되면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산 제품에는 25%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재집권에 성공하면 같은 수준 혹은 더욱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인수거래를 막을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관세 부과와 인수거래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60% 이상으로 올리는 동시에, 다른 모든 수입품에 대해서도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겠다고도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40%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미국 내 공장 유치를 위해 관세를 이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그는 집권 당시 현재 2.5%인 수입차 관세율을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적 민족주의가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어떻게 위태롭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를 높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관세가 10% 오르면 미국 경제가 1.1% 위축하고 82만개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