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 2월(4.8%)부터 내내 둔화했던 물가는 6월(2.7%)과 7월(2.3%) 2개월 연속 2%대에 머물렀으나 3개월 만에 다시 3%대를 상회했다. 전달 대비 상승 폭은 1.1%로 2000년 9월 이후(1.1%) 2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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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전체 지표를 끌어내린 석유류의 내림세는 8월 들어 크게 둔화했다. 석유류는 전년동월대비 11.0% 하락해 지난달(-25.9%) 보다 하락 폭이 절반 이상 줄었다. 전체 지표에 대한 기여도도 -1.49%포인트에서 -0.57%포인트로 크게 축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체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3%에서 이달 3.4%로 상승하는데는 석유류 물가의 기여도가 8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배럴당 70달러 중반대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8월 80달러대 중반에서 등락했다. 지난해 7월 물가(6.3%)는 국제 유가가 치솟아 정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8월부터는 기저효과도 더는 작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인해 농가 피해가 잇따르며 그간 안정세를 보였던 농축수산물도 가격 불안이 커졌다. 특히 기상 상황에 맞물려 수급이 크게 달라지는 농축산물은 1년 전보다 5.3% 상승했는데, 과실 물가는 사과(30%), 복숭아(23.8%), 수박(18.6%) 등을 중심으로 13.1%나 급등했다. 지난해 1월(1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작년에도 폭염의 영향으로 고물가를 형성했던 채소류는 전년동월대비 1.1% 하락했으나 전달과 비교해서는 16.5% 급등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3% 올라 2022년 2월(4.3%) 이래 1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중 외식물가도 5.3% 상승해 2021년 12월(4.8%)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 부진과 기저효과, 국내 경기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전기·가스·수도는 21.1% 올라 7월과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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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는 모두 1개월 전과 동일했다. 우리나라 방식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각각 3.9%, 3.3% 상승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주 요인이었던 서비스물가 상승률 둔화가 지속되는 중에 변동성 강한 품목을 제외한 OECD 기준 근원물가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향후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이어질 거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석유류 등 일시적 상방 요인들이 10월 이후에는 완화되며 물가가 다시 안정될 거라는 예상이다.
다만 국민의 체감 물가 수준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3.9%)와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5.6%)는 각각 올 3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명절 수요가 몰리는 내달에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 체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과 맞물려 국제 유가 상승 흐름도 진행 중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를 통해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추석 수요가 큰 20대 성수품을 작년 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상황을 일일점검하면서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도 신속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