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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모디노믹스와 홍명보號의 실패

이정훈 기자I 2014.07.14 11:03:4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州)와 멕시코 소노라주를 구분하는 긴 담장을 사이에 두고 둘로 나눠진 하나의 도시 노갈레스(Nogales)는 동일한 지리적 위치와 문화,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지만 전혀 딴 판이다.

미국에 편입된 노갈레스에서는 주민 연평균 수입이 3만달러(약 3050만원)가 넘고 대다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미국 건강보험 메디케어(Medicare) 혜택을 받는다. 반면 멕시코 노갈레스 주민들은 형편이 넉넉치 않은데다 도로와 공공 보건이 엉망이고 청소년들은 대부분 거리에서 마약과 범죄에 찌들어 살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가 함께 쓴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사례다.

두 교수는 노갈레스 뿐만 아니라 동독과 서독, 한국과 북한은 물론 과거 미국과 멕시코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치, 경제적 제도가 야기하는 극명한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같은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책에서 애쓰모글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이를 ‘포용적(inclusive)’ 정치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의 결합과 상호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착취적(extractive)’이라는 단어와 대비되는 ‘포용적’ 제도는 사유재산의 보장, 법체계의 공평무사한 적용, 공정한 기회와 경쟁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포용적 정치와 경제제도를 갖춘 국가와 도시는 성공의 길을 걸었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두 개 국가나 도시만의 얘기는 아니다. 인도라는 국가를 보면 같은 국가내에서도 이같은 차이가 잘 드러난다. 지난 10년간 인도를 이끌면서 집권 말기 억압 정치를 폈던 만모한 싱 전 총리와 집권 이후 인도에 희망에 안겨주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보여주는 차이 말이다.

계급적 폐쇄성이 여전한 인도에서 가난한 하층민 카스트 집안 출신으로 총리까지 오른 모디는 인도에서 단순한 상징 그 이상이다. 특히 친(親)기업, 반부패, 탈관료주의를 표방하는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는 인도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 투자자 발길까지 되돌려놓고 있다.

전세계인들을 흥분시켰던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만 대한민국 사례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주역이었던 홍명보를 감독으로 추대했지만 고배를 들었다. 특히 홍 감독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원칙, 선수 선발을 둘러싼 의리와 불공정 논쟁 등 전혀 포용적이지 못한 제도를 운용해 ‘한국 축구의 영웅’에서 한 순간 ‘실패자’로 전락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부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책임지고 옷을 벗고 해외 유명 감독을 영입하는 식으로 대표팀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선 안된다는 점이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 교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지배계층에 의해 선택되고 그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며 포용적 경제제도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부단한 시행착오의 결과다. 또 새로운 포용적 정치와 경제제도가 자리잡기 위해 기존 체제를 뒤바꾸는 창조적 파괴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이들 주장대로 우리 대표팀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두려워 해선 안되며 기존 체제를 뒤바꾸려는 과감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뒤에서 이를 묵묵히 지지하며 기다려야 한다. 이번 월드컵 우승국 독일의 반격은 그렇게 14년간을 준비해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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