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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명함…美억만장자들은 왜 스포츠팀에 꽂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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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8.15 10: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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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 약 18조 원에 매각 합의
1년 만에 구단 가치 25%나 상승
희소성·중계권·절세 효과에 명예까지
프로구단은 부자들의 ‘트로피 자산’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명문 LA 레이커스가 또 새 주인을 맞는다. 벤처 투자자 조시 쿠슈너와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투자자 그룹은 레이커스를 125억 달러(약 17조7000억 원) 가치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 거래 사상 최고액이다. NBA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거래가 확정된다.

가격보다 놀라운 것은 상승 속도다. 마크 월터는 불과 1년여 전 버스 가문으로부터 레이커스 지배 지분을 100억 달러(약 14조2000억 원) 가치로 인수했다. 1년 만에 몸값이 25%나 오른 셈이다. 지난해 보스턴 셀틱스가 61억 달러(8조6000억 원)에 팔리며 세운 미국 프로스포츠 최고 기록도 빠르게 갈아치웠다.

LA레이커스의 새로운 공동 구단주가 된 벤처투자자 조쉬 쿠슈너. 사진=AFPBBNews
LA레이커스의 새로운 공동 구단주가 된 벤처투자자 조쉬 쿠슈너. 사진=AFPBBNews
LA레이커스 홈구장 크립토 아레나. 사진=AP PHOTO
LA레이커스 홈구장 크립토 아레나. 사진=AP PHOTO
억만장자들이 스포츠 구단에 몰리는 첫 번째 이유는 희소성이다. 공장을 지어 회사를 새로 만들 수는 있지만 NBA 구단은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 단 30개 구단만 존재한다. 대도시와 오랜 역사, 세계적인 팬층을 모두 갖춘 레이커스라면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억만장자는 계속 생겨날 수 있지만 레이커스는 세상에 하나뿐이다.

두 번째는 스포츠 콘텐츠의 힘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스포츠는 매년 새 시즌이 열린다.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어 생중계 가치도 높다. NBA는 디즈니, NBC유니버설, 아마존과 2025~26시즌부터 11년간 이어지는 대형 미디어 계약을 맺었다. 시청 수단이 TV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뀌어도 인기 스포츠는 플랫폼들이 반드시 확보하려는 콘텐츠다.

개다가 레이커스는 단순한 농구팀도 아니다. 스타 선수와 우승 역사, 보라색과 금색 유니폼, 과거의 명장면까지 모두 돈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브랜드다. 전 구단주 제리 버스는 1979년 레이커스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LA 킹스, 경기장 등을 묶어 6750만 달러(약 9561억 원)에 샀다. 이후 농구와 할리우드식 쇼를 결합한 ‘쇼타임’ 문화를 만들었다.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레이커스 한 팀의 가치만 10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구단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점도 매력이다. 프로구단은 해마다 벌어들이는 수익을 보고 사는 회사가 아니다. 희귀 미술품이나 최고급 빌딩처럼 소유하는 것 자체가 부와 지위를 보여주는 일명 ‘트로피 자산’이다. 입장권과 중계권, 광고로 돈을 벌면서 나중에는 더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도 있다. 최근 사모펀드와 기관투자가가 스포츠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미국의 세금 제도도 구단 인수의 매력을 높인다. 미국 연방세법 197조에 따르면 일정한 방식으로 구단을 인수할 경우 프랜차이즈 권리와 브랜드, 영업권 등 무형자산의 취득가액을 15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령 인수가격 중 90억 달러가 상각 가능한 무형자산으로 인정되면 매년 6억 달러씩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다. 실제로 해마다 6억 달러가 지갑에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장부상 비용이 생겨 과세 대상 이익은 줄어든다. 세금 납부를 미루고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구단을 사면 인수가격 전부를 세금에서 빼준다는 뜻은 아니다. 단순히 주식만 인수한 거래에는 원칙적으로 이런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산 인수 또는 세법상 자산 인수로 인정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구단을 되팔 때 과거에 공제받은 금액의 일부가 다시 과세될 수도 있다.

억만장자들이 원하는 것은 수익과 절세만이 아니다. 프로구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명함 가운데 하나다. 구단주가 되는 순간 선수와 팬뿐 아니라 방송사, 글로벌 기업, 연예인, 정치인 등이 모이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중심에 선다.

우승하면 선수들과 함께 코트에 올라 트로피도 든다. 큰 회사를 세운 기업가라도 수만 관중의 환호 속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다. 레이커스의 버스 가문이나 뉴욕 양키스의 스타인브레너 가문처럼 구단을 통해 가족의 이름을 오랫동안 남길 수도 있다.

위험도 있다. 구단 가격이 실제 수익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 스포츠가 팬들의 커뮤니티에서 부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구단주가 우승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데만 열을 올릴 수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입장권과 중계 상품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억만장자들의 줄서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레이커스의 125억 달러 몸값은 현재 벌어들이는 돈뿐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스포츠가 지닐 문화적 영향력에 먼저 지불한 가격에 가깝다. 지금은 비싸 보여도 10년 뒤에는 ‘싸게 산 가격’이 될 수 있다.

결국 스포츠 구단은 수익과 명예, 영향력, 재미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드문 자산이다. 초부유층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은 수익률 1~2%가 아니라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갖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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