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공동 대표인 젠 오닐이 사임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오닐이 자리에서 물러 나면 그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마이크 이바라 대표가 블리자드를 전두지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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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자드, 성차별 문제로 사상 최대 위기
개발 부문 총괄 부사장이었던 오닐은 지난 8월 블리자드의 사장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버지’로 알려진 J 앨런 브랙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당시 이바라 기술 담당 총괄 부사장과 공동 대표 자리에 올랐다. 오닐이 떠나면서 블리자드의 여성 경영진은 3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최근 블리자드는 대형 성추문이 터지면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블리자드에서는 여성 휴게실과 수유실을 남성들이 사용하는가 하면 임신 가능성 있는 여직원의 승진 기회 박탈하는 등 성차별 문화가 만연했다. 뿐만 아니라 여직원들의 외모 비하를 하는 것은 물론 남자 상사가 여직원에게 음담패설을 하기도 했다. 이에 여성 직원들은 사내 만연한 성차별 문화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이를 무시했다.
해당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오르자 블리자드는 관련자 20명을 해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브랙 사장을 경질한 것은 물론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제기한 소송에선 210억원이 넘는 피해자 보상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보비 코틱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연봉을 자진 삭감했다.
코틱은 이어 여성과 성소수자 직원 채용을 50%까지 늘리고 성희롱·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 보복한 관리자가 추가로 드러나면 즉시 해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발진의 이름을 딴 인기 게임 ‘오버워치’의 캐릭터인 ‘맥크리’ 또한 해당 인물이 성추문에 연루되면서 ‘캐서디’로 바꿨다.
◇ 오닐 사임에 내부 동요 “회사 회생 가능성 의심”
올 2월 100달러를 넘어섰던 블리자드 주가는 현재 77달러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더욱이 새로 임명된 여성 대표가 3개월도 안 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경영진 사이에서도 블리자드가 회생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대두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회사내부에서 나오는 실정이라고 W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WP에 “오닐의 사임은 현 상황에서 정말 나쁜 징조”라면서 “그녀가 자리에서 물러난단 결정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 모두에게 의심을 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오닐은 “내가 사임한 까닭은 블리자드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 아니”라면서 “게임 산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블리자드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후속작인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의 발매도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신작들은 오닐의 주도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바라 대표는 “갑작스러운 경영진 변경에 게임 출시 연기가 불가피하다”라며 정확한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