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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사진) 홍익대 교수는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에어비앤비 비전 포럼’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꼬집었다. 유 교수는 “지금은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지만, 쇠창살 같은 낡은 규제로 ‘공간의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가 주목하는 대안은 ‘빈집’이다. 골목 끝자락의 고즈넉한 전통 가옥, 해안가의 낡은 어촌 가옥 등을 특별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빈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로 방문객을 하룻밤 이상 지역에 머무르게 만드는 체류 여행의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 고유의 개성과 특색을 살린 다양한 테마와 콘셉트의 이색 숙소가 여행지로서 매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유 교수는 기대했다.
같은 맥락에서 빈집의 용도는 공유 숙박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 숙박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건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평생 소유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유 교수는 서울 강북과 제주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빈집을 공유숙박 시설로 바꾸려다 포기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주인이 반드시 살아야 하는 ‘실거주 의무’ 외에 제주도에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진입 장벽’에 막혀 결국 포기했다”며 “결국 겹겹이 쌓인 규제로 인해 숙박시설의 서비스 품질은 낙후되고 가격은 높아지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 ‘하숙집’ 개념에 갇힌 공유 숙박은 ‘숙박업 규제의 민낯’이라는 문제의식에도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호스트 실거주 의무’와 무려 27가지에 달하는 영업 신고 항목이 민간의 창의력이 지역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혈맥을 끊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빈집을 보물로 바꿀 역량 있는 젊은 창작가(크리에이터)는 이미 충분하다”며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현대적 공유 경제 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라고 꼬집었다.
공유숙박 규제 등 제도의 경직성으로 인한 공급 절벽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증명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의 약 78%가 공유숙박 공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또 예약 과정에서 피로감을 호소한 응답자가 약 93%에 달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지 못해 아예 여행 자체를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규제가 만든 병목 현상이 지역 경제와 관광 시장의 실질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 교수는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관광을 활성화할 해법으로 대규모 예산 투입이 아닌 ‘규제 철폐’를 제안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문턱만 낮춰도 민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빈집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필요한 건 자율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규제”라며 “제도 도입을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보다 오히려 한 발 비켜나 시장에 맡기는 것이 공유 숙박의 꽉 막힌 물길을 트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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