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15년만에 찾은 딸, 그런데 범인 처벌을 못한다?[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1.19 10:48:58

중국 한 마을서 2007년에 아이 유괴, 2022년 겨우 찾아
유괴된 아이 키우던 양어머니 동생이 유괴 사실상 알선해
공소시효 지나 불기소 결정, 친부모 반발…사적 기소 검토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수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7년 1월 중국 다중촌의 한 마을. 주유메이씨는 19개월 된 딸 왕 웨이를 자전거에 태웠다. 딸아이가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려서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리는 보건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때 자전거 뒤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던 오토바이가 주씨의 자전거를 들이받았고 쓰러진 자전거에서 아이를 낚아챈 후 도망갔다. 순식간에 아이를 납치당한 주씨는 공안 경찰에 신고를 했고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나서 마을 곳곳 수색에 나섰다.

한달 이상 계속된 수색에도 아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주씨와 남편인 왕옌페이는 난징, 하얼빈, 산시 등 주변 도시를 찾아가 왕웨이를 찾아 나섰지만 십수년이 지나도록 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왕씨 부부는 세명의 자녀를 출산했고 인근 도시로 이사했다. 그 사이에도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은 포기하지 않았다.

주씨는 아이를 잃은 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스스로 외출하지 못하고 자전거를 탈 수도 없었으며 오토바이 엔진 소리를 들을 때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왕웨이의 할아버지는 매일 손녀를 찾아다니고 술로 하루하루를 지내다 간암을 얻어 2012년에 사망했다.

왕웨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건 유괴 시점에서 15년이 지난 2022년 5월이다. 란링현의 공안국은 유전자(DNA) 검사를 하던 도중 아이를 찾았다고 왕씨 부부에게 알렸다. 발견 당시 왕웨이는 고등학교 3학년의 청소년이었고 양무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왕웨이가 살던 곳은 납치 지점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지역이었다.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딸을 품게 됐지만 그가 어떻게 납치됐고 양부모들과 살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바이두 등에서는 지난해 11월 30일 중국 린이시 란링형 검찰이 왕웨이의 납치 과정이 담긴 불기소장이 발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왕웨이를 납치당한 친무모가 보관하고 있던 왕웨이의 사진 앨범.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검찰에 따르면 아이를 납치한 사람은 쉬, 류모우보 두명이었다. 이들은 왕웨이의 양어머니인 웨이빌랜의 여동생 웨이무펑의 지인이기도 했다.

범인들은 웨이무펑을 통해 웨이빌랜이 평소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왕웨이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에게 넘겼다. 웨이빌랜 가족들은 납치범들에게 1만위안(약 185만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를 직접 납치한 쉬와 류모우보는 별개 사건이지만 문제는 왕웨이의 양부모 가족에 대한 처벌 여부다. 검찰원은 양어머니 여동생인 웨이무펑을 아동 납치와 인신매매 매수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웨이무펑이 왕웨이를 넘기는 과정에서 1000위안(약 18만5000원)의 돈을 챙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범죄 발생 후 5년이어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왕웨이의 친부모들은 웨이무펑이 돈을 받았음에도 그를 불기소한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이에 웨이무펑에 대한 형사 사적 기소를 검토 중이다.

베이징의 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웨이무펑의 행위가 인신매매 아동 매수 범죄에 해당한다면 공소시효는 만료됐지만 인신매매 매수가 아닌 인신매매 자체 범죄라면 공소시효가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 형법에 규정된 8가지 가중사유 중에 하나에 해당하면 공소시효가 20년까지 늘어난다. 아직 유괴범들에 대해 심판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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