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文대통령, '포스트 하노이' 골몰…'굿이너프딜' 중재안 제시할 듯

김관용 기자I 2019.03.31 16:19:42

11일 워싱턴서 한·미 정상회담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 타개 위해
굿이너프딜·스냅백 카드로 트럼프 설득
이를 통해 대북특사·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댄다. 하노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의를 한 뒤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만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비핵화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 결과를 토대로 대북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한 북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몰딜→굿이너프딜→조기수확→신뢰구축→최종목표 달성

우리 정부의 중재안은 충분히 괜찮은 거래를 뜻하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이다.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바 있다. 핵시설 신고 등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북한이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굿 이너프 딜을 통한 조기 수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모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하노이 회담 이후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와 한 두차례의 ‘굿 이너프 딜’을 통한 단계적 이행을 결합한 절충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 등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30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순서로 한·미 조율 후 남·북 대화 방식을 언급한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방식에 미국이 합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중요한 것은 목적이 같아야 하는 것”이라며 “비핵화의 포괄적인 정의가 중요하지 않겠냐.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이견이 있는 비핵화에 대한 정의 문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다.

◇합의 깨지면 제재 되돌리는 ‘스냅백’ 논의할 듯

이와 함께 김 차장은 스냅백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지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 해제 수용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로 일부 제재를 해제하되,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기존 제재를 복원시키거나 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는 스냅백 카드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요구한 비핵화 수준이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이었다는게 새롭게 드러난건 부정적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까지 해체해야 한다는 포괄적 요구를 담은 문서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김 차장은 로이터통신 보도 내용을 우리 정부도 파악하고 있었는냐는 질문에 “예. 그건 다 디브리핑(보고)을 받고 있었다”고 답했다.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을 의향이 있느냐는 점도 관건이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북한이 영변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 계획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에 대한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써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와 북한이 요구했던 의류 수출 및 정유제품 수입 제한 등 유엔안보리 제재의 일부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