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굿이너프딜→조기수확→신뢰구축→최종목표 달성
우리 정부의 중재안은 충분히 괜찮은 거래를 뜻하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이다.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바 있다. 핵시설 신고 등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북한이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굿 이너프 딜을 통한 조기 수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모델이다.
|
◇합의 깨지면 제재 되돌리는 ‘스냅백’ 논의할 듯
이와 함께 김 차장은 스냅백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지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 해제 수용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로 일부 제재를 해제하되,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기존 제재를 복원시키거나 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는 스냅백 카드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요구한 비핵화 수준이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이었다는게 새롭게 드러난건 부정적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까지 해체해야 한다는 포괄적 요구를 담은 문서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김 차장은 로이터통신 보도 내용을 우리 정부도 파악하고 있었는냐는 질문에 “예. 그건 다 디브리핑(보고)을 받고 있었다”고 답했다.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을 의향이 있느냐는 점도 관건이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북한이 영변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 계획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에 대한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써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와 북한이 요구했던 의류 수출 및 정유제품 수입 제한 등 유엔안보리 제재의 일부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