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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대표지수인 CAC40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대비 1.4%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극민연합(RN)에 참패한 뒤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한 영향이다. 그는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1차 투표, 내달 7일 2차 투표를 알리는 법령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RN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31.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0%)의 두 배가 넘는 지지율이다. 이에 프랑스의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프랑스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2027년 임기를 마치면 RN을 이끄는 마린 르펜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프랑스 내 RN의 입지를 시사하는 동시에, 마크롱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극우 세력과 대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지지가 약화해 입법 추진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 조기 총선 결정은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선 정치 승부수를 띄운 것이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도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은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10년물 수익률이 13bp(1bp=0.01%포인트) 오른 3.24%를 기록,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국채 가격은 하락) 프랑스 10년물과 독일 10년물 간 수익률 스프레드는 올해 1월 이후 5개월 만의 최고치인 54bp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주가가 7.5% 급락했고, BNP파리바와 크레디 아그리콜도 각각 4.8%, 3.6% 내렸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인 악사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주가도 2.6%, 2.1%씩 하락했다. 이들 금융사는 상당량의 프랑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은 RN의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과도한 정부 차입을 우려하고 있다.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의 약진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나타났다. 극우 진영이 확보한 전체 의석은 2019년 5분의 1에서 올해 4분의 1로 늘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해 온 각종 정책이 극우 진영의 반대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0.4% 하락했다.
멕시코, 인도 등에 이어 또다른 선거 리스크가 현실화한 셈이다. FT는 “르펜이 이끄는 RN이 정부를 구성한다면, 그가 제시한 보호주의적 대규모 재정지출 의제는 프랑스 정부와 EU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픽텟자산운용의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인 프레데릭 듀크로제트는 “여론조사에서 RN의 강세는 프랑스에 경제적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며 “르펜의 많은 정책들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RN의 정부 진출 가능성은 기업은 물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에도 큰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그동안 르펜의 차기 대통령 전망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만큼, 이번 조기 총선 결정은 RN이 집권당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조기총선)는 프랑스와 제5공화국 역사상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회 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