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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와 업계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어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필리핀 정부가 수빅조선소를 인수해 해군 관리하에 두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로렌자나 장관은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외국에 선박 건조를 주문하는 우리 군에 기회가 될 수 있고, 해안경비대에도 많은 선박이 필요하다”며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필리핀 정부는 국내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지분을 적게 갖는 대신 필리핀 민간업체가 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필리핀 정부가 이처럼 수빅조선소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안보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빅조선소가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서필리핀해)에 접해 있는 데다, 최근 중국 조선업체 2곳이 수빅조선소의 경영권 인수 의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져다. 해군 장교 출신인 게리 알레야노 의원은 “정부는 중국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조선소를 인수하는 데 따른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현지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은 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2004년 필리핀 수비크 지역에 세운 조선소다. 지난 2015년 3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이듬해부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 8일 현지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현지 법원은 120일 안에 수빅조선소의 파산 또는 회생을 결정한다.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인수할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