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롱텀에볼루션(LTE) 때문이다. 내년 6월이던 전국망 구축이 3월로 앞당겨진 덕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협력사 직원들을 포함 강원도에서만 매일 300~400명이 LTE망 구축 작업을 진행중이다.
15일 두 사람은 담당구역인 강원도 홍천군의 진행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백과장과 김씨는 둘 다 집이 원주다. 사무실에서도 책상을 붙여 쓰는 오랜 파트너다. 기자도 두 사람의 현장점검에 동행했다.
4륜구동 싼타페가 곳곳에 잔설이 쌓인 56번 국도위를 달렸다. 일반 승용차로는 못 올라가는 곳들이 많아 4륜구동 차량이 필수란다. 한참을 달려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에 도착했다. 오늘 점검지역이다.
날씨는 청명한데 바람이 장난 아니다. 내복에 오리털점퍼까지 겹쳐 입었지만 칼바람이 스며든다. 취재수첩에 써내려가던 볼펜이 얼어 나오지 않는 황당한 경험도 했다.
"위에 여러개가 함께 매달려 있는게 통신3사의 3G 안테나고 아래 두개가 저희 LTE용 안테납니다. 이 지역에 LTE를 깔고 있는건 저희밖에 없다보니 아직은 좀 쓸쓸합니다."
말은 쓸쓸하다면서 얼굴은 웃는다. 자랑한거다. 백과장이 과일박스만한 금속상자를 보여준다. `기지국`이란다.
"1세대 때만해도 중계기와 기지국을 따로 구축해야했고 크기도 컨테이너 박스만 했지만 지금은 이 상자 하나가 그 기능을 다합니다."
30분을 넘게 서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날이 춥다지만 심하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집이 몇 채 안보인다. 백과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비닐하우스 뒤와 산비탈 아래로 건물이 한둘 더 서 있다. 그래도 10채도 안될 듯하다. 이런 산간마을에 LTE폰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길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엔 다 까는 겁니다. 사실 여기 사는 분들중에 지금 당장 LTE를 이용할 만한 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하지만 저희 LTE 이용고객이 이 지역을 지나다가 연결이 끊긴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LTE폰을 꺼내들고 속도를 체크해봤다. 최고 57.8Mbps가 나온다. (3G의 평균 전송속도는 3.1Mbps)
기지국 하나를 혼자 쓴 덕분인지 참 빠르다. 다시 56번 국도에 올랐다. 도로변에 설치중인 기지국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56번 국도는 동홍천IC와 연결돼 양양군까지 이어진다. 이미 서울에서 동홍천IC까지 연결된 고속도로에는 기지국 구축이 완료됐다는 설명이다.
"관광하러 서울-동흥천 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로 넘어오는 분들이 종종 이곳을 지나다보니 강원도내 읍면 단위 지역중에서 가장 먼저 LTE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백과장이 맡은 홍천군 지역에만 430여개의 기지국이 세워진다. 3G망 때보다 100개 가까이 많다. 3G가 터지지 않는 지역에도 LTE는 들어간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사업 진출 초기, 네트워크 구축에서 뒤져 SK텔레콤과 KT에 밀렸던 아픈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LTE망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총 구축 비용이 1조2500억원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강원도내 속초, 춘천, 동해, 삼척, 태백, 원주, 강릉 7개시의 LTE망 개통작업을 절반 정도 끝냈다. 기지국이 들어설 부지의 땅주인과의 계약 등 사전작업은 대부분 마무리 지었지만 통신설비 공급이 늦어져 발을 구르고 있다.
"이미 시내에서는 다 됩니다. 시 외곽지역에 기지국을 구축하는 단계여서 이용에는 큰 불편이 없습니다. 스키장이나 펜션단지 등 사람이 몰리는 지역은 이미 구축을 끝냈고 내년 1월1일 해돋이에 나서는 분들을 위해 주요 명소에 우선 망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강원도내 LTE망 구축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중부ENG팀 최성준 차장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7개시에 2500개, 강원도 전체로는 5300여개의 기지국을 구축할 계획이다. 북한땅이 눈앞에 보이는 을지와 고성 전망대에도 기지국이 들어선다. 관광명소인 제4땅굴이 있는 곳은 이미 자유롭게 LTE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LTE도 휴전선은 넘지 못한다. 철조망이 아닌 사람이 가로 막는다. 민간인통제선이 마지막이다.
전파가 북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민통선 바로 앞까지만 기지국 구축이 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LG유플러스의 전국망도 한반도 허리 아래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