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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도착하기 전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사우디 국왕에게 아람코의 뉴욕증시 상장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기 직전에도 트위터에 “사우디가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NYSE와 함께 한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중요한 일”이라고 적었다. 아람코가 글로벌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발언은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는 자랑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역사상 최고 주가, 17년 내 최저 실업률, 빠르게 재건 중인 군대, 중동 내 이슬람국가(IS) 세력 격퇴 등을 거론하며 “그동안의 많은 기록했인 숫자들을 갈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 주식시장이 최고치를 경신한 것에 대해 “다 내 덕분”이라며 자신의 공적을 스스로 치하했다. 일각에서는 런던이 아닌 뉴욕에 상장할 것을 촉구하는 ‘압박성’ 발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삼성이 미국 내 공장을 투자한다는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땡큐, 삼성!”이라고 트위터에 적은 적이 있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약 2조달러(약 2260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분 5%만 상장해도 약 1000억달러(약 113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알리바바가 지난 2014년 세운 종전 최고치 250억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4배에 달한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의 9000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상장 규모가 지분 5%에 불과하다는 점, 향후 추가 상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미래 전망도 밝다. 이에 따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양한 혜택을 약속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공식적인 러브콜을 보내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도 아람코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사우디는 자국 타다울 증시와 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안보 관련 정보 공개가 부담되는데다, 영국이나 미국 규제 당국의 요구 사항이 까다롭다는 등의 이유로 국내에 우선 상장한 뒤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거나, 해외 상장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솔솔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