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정부가 16일 발표한 `LH 유동성 확보 및 사업구조개선 추진안`(이하 LH 사업구조개선안)은 정부 입장에서 명시적인 재정부담을 피하면서 실질적으로 30조원을 출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LH 사업구조개선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이 LH에 빌려준 약 30조원을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 채권`으로 전환키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LH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위해 최소 연 30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과 채권발행 부진 등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예상돼 이같은 정부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후순위채 전환금액은 LH의 지난해말 기준 부채총액 약 125조원(부채비율 541%)의 24%이며, 이중 금융부채 90조7000억원의 33%에 해당한다.
후순위채권은 회사에 신용위험이 닥쳤을 때 다른 채권(선순위)을 모두 갚은 뒤 맨 마지막에 갚는 빚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후순위채가 부채임과 동시에 자본의 성격도 가진다고 인정해 `보완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주택기금 융자금의 후순위채 전환이 LH 회계상 부채비율 축소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채권자들 입장에서 해당 후순위채는 실질적으로 자본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에 버금가는 실질적인 상환능력 향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 긍정적인 것은 후순위채는 일반적으로 변제 순위가 낮은 만큼 금리가 높아야 하는데도 LH에는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금리는 조정이 없다"며 "LH에 대한 신규 융자금도 후순위채로 분류되며, 이자율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거치기간도 훨씬 길어져 상환부담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설후 임차기간(30년)동안 건설비 회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해당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의 거치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상환기간은 종전대로 거치후 20년이다.
한편 LH의 국내 채권 발행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약 55조원으로 국내 특수채 발행잔액 253조원의 22%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