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수 A씨는 그해 1월 중매업소를 통해 경북 경주에서 무당집을 운영하던 B씨를 만나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굿을 해볼 것을 권했고, 이와 함께 “재테크에 투자할 돈을 대어주면 매달 5% 이상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권유했다.
A씨는 B씨 계좌로 2억8000만원, B씨 부친 계좌로 5억원을 송금했다. 3년 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았던 8억9000만원 대부분을 송금한 것이다. 이중 투자금 명목은 5억300만원, 굿 비용은 2억1600만원이었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였다.
하지만 B씨는 애초부터 수익금을 지불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A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그 후 A씨는 다른 사기 혐의로 두 차례 처벌을 받았다. 2016년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2017년엔 징역 4년 6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피해자 A씨는 B씨가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인 2020년 5월에야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사기 혐의로 B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씨가 송금한 돈 중 5억300만원에 대해서만 사기 혐의를 인정했고, 나머지 굿 비용 등에 대해선 편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B씨는 기소 후 A씨에게 피해금액 중 일부인 3억2700만원을 변제했다. 1심은 2021년 6월 “피해자 A씨를 기망해 투자금 명목으로 5억원이 넘는 거액을 편취한 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B씨는 불복해 항소했으나 판결은 지난해 1월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1심 판결 후 B씨를 상대로 “혼인을 빙자해 투자금, 굿 비용 등 명목으로 편취한 돈에 더해, 대출이자를 지급하라”며 8억1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법 민사합의5부(재판장 김희수)는 최근 “B씨가 A씨에게 1억6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피해금액으로 인정한 5억300만원에서 A씨가 변제한 3억37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배상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며 “나머지 금액의 경우 B씨가 편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소송에서 2009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8억9000만원 중 7억9000만원에 대한 이자 3억5000만원 지급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대출을 받은 시점은 B씨를 만나기 약 3년 전으로서, 대출금이 실제 투자금 지급에 사용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무당 B씨 재산 명의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A씨는 소송에서 “B씨 가족들도 통장을 제공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으므로 연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청구했으나, 법원은 “B씨의 범행을 알았다거나 예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피해자 A씨는 피해금액의 일부 변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대출이자로 인해 여전히 8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