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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농업협동조합(농협)이 편의점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GS25·CU·세븐일레븐 등 이른바 ‘편의점 빅3’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시장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찾아 생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농협 계열사인 농협하나로유통은 서울지역 농협인 관악농협이 지난 20일 편의형 매장인 ‘하나로미니 문성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전국 다섯 번째, 지역농협이 참여하는 첫 번째 편의점이다. 농축산물 중심의 ‘농협하나로마트’ 운영사 중 하나인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해 12월 ‘하나로미니 성남점’을 시작으로 편의형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 문성로점(서울), 경남도청점(창원), 세종청사점(세종)을 잇따라 문 열었다. 올해 50개, 내년까지는 200~3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존에 운영해 오던 하나로마트 중 노후한 100㎡(30평) 이하 소규모 매장을 1~2인 가구에 맞춘 편의점으로 리뉴얼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농·축산물도 소포장으로 바꾸고 최근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즉석식품(HMR) 판매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액 규모는 22조2379억원으로 2년 새 35.1% 성장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 전체 소매점 판매액이 7.8% 늘어난 데 그친 것과 대조된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형 마트보다는 편의점 상품의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농협하나로유통도 최근 주력인 마트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만큼 편의점 확대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농협하나로유통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9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6% 내렸다. 영업이익 역시 504억원으로 2.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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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시장 규모가 성장세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편의점 상위 5개사의 총 점포 수는 이미 4만여 개를 넘어섰다. 편의점 매출 증가 속도보다 매장 증가 속도가 빠르다. 30년 남짓 역사를 가진 기존 빅3와 비교해 운영 노하우도 부족하다. 이마트를 운영해 오던 신세계도 2014년 ‘위드미’란 이름으로 편의점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2000여 매장을 넘어서기는 했으나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emart24’로 브랜드를 바꾸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서기도 했다. 농협의 편의점 진출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에 안착하려면 수천여 물품을 관리·판매하는 운영체계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다”며 “하나로미니가 특화 상품을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단기적 성과를 내 기존 시장을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로미니의 강점이 있기는 하다. 농협의 관련 인프라다. 농협은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222만여 조합원과 1100여 지역·품목별 농·축·인삼협이 있다. 2012년 분리하기는 했으나 NH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지주와 농협하나로유통의 모회사인 농협경제지주도 든든한 우군이다. 하나로미니는 이를 활용한 양적 성장과 함께 농협만의 신선 농축산물 상품 판매, NH농협의 자동입출금기(AMT) 도입 등 독자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농협하나로유통 관계자는 “많은 하나로마트가 작고 노후한 만큼 어차피 리뉴얼이 필요하다”며 “당장 다른 유통업체 시장을 뺏겠다기보다는 기존 고객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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