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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기업이 몰래 조종' 의혹…美알래스카 33조 LNG사업 경영진 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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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25 15: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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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승인 전 러 자금 유입 정황
CFO 등 경영진 대부분 동반 퇴진
美·러 '아크틱 LNG2 제재 해제' 거론
회사 측 "불만 품은 직원" 반박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알래스카에서 추진 중인 250억달러(약 33조1700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사업을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노바텍이 몰래 조종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의 미국인 최고경영자(CEO)는 대러 제재 위반을 우려해 사임했고, 경영진 대부분이 뒤따라 회사를 떠났다.

(사진=AFP)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알래스카 LNG 개발업체 폴라트레인LNG(이하 폴라LNG)의 조엘 리들 전 CEO를 인용해 노바텍이 미 정부 승인 없이 사업 자금을 대고 경영을 좌우해왔다고 보도했다. 리들 전 CEO는 FT에 “러시아 기업 노바텍이 자금을 대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전략 방향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해 사임했다”며 “애국자로서 이 사업은 미국 기술과 미국 투자자의 돈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폴라LNG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 가스 수출 터미널을 짓는 회사다. 아시아 수출을 늘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구상의 일환으로, 노바텍이 짓다 만 가스 터미널을 알래스카로 옮겨 설치하는 계획을 내걸고 지난 3월 출범했다. 회사는 노바텍과 협상하기 위해 미 재무부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국이 대미 투자 사업으로 검토 중인 ‘알래스카 LNG’와는 별개 사업이다.

엑손모빌 엔지니어 출신인 리들 전 CEO는 처음엔 트럼프 일가와 가까운 투자자 젠트리 비치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테크웨이브가 자금을 대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비치가 투자하지 않았고 주주나 임원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금 수요가 커지자 노바텍이 돈을 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FT가 확인한 왓츠앱 메시지에는 노바텍 고위 임원인 데니스 솔로비요프가 자금 조달을 논의하며 폴라LNG로의 “송금 절차를 서두르려” 한 정황이 담겼다.

리들 전 CEO는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발의한 대러 제재법이 의회를 통과하자 법무법인 베이커보츠에 법률 검토를 맡겼다. 베이커보츠는 노바텍 출신 노르웨이 사업가 비에른 군데르센이 최종 투자자로 참여하는 데 대해 미 당국이 “잠재적인 러시아 관련 제재 문제로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리들 전 CEO는 법안 통과 다음날인 지난 9월 19일 사표를 냈고,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 대부분이 뒤따랐다.

폴라LNG는 성명에서 리들이 “불만을 품은 직원”이었고 해고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개발 활동은 관련 미국 법을 완전히 준수하며 진행되고 있다”며 자금은 테크웨이브가 댔다고 밝혔다. 테크웨이브도 노바텍은 자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으며, 군데르센이 자기 돈과 빌린 돈을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노바텍은 테크웨이브에 알래스카에서 자사 기술을 쓸 권리를 줬고 지난 4월 폴라LNG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면서도, 사업을 하려면 미국과 러시아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 당국자는 “제재 위반 의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지만, 잠재적 위반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고위급 협상에서도 거론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노바텍이 알래스카 터미널 건설에 기술을 지원하는 대가로 미국이 ‘아크틱 LNG2’에 대한 제재를 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크틱 LNG2는 노바텍이 시베리아 북부 해안에 개발한 연간 생산능력 약 2000만t 규모의 LNG 수출 시설로, 2023년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 노바텍은 제재 해제가 조건이라는 주장을 부인했고, 백악관 당국자는 “행정부에 대략적이고 짧게 언급됐을 뿐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미·러 관계가 풀리면서 미 정부가 폴라LNG를 지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FT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그레이엄 제재법의 면제 조항을 발동해 러시아를 경제 제재에서 제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수백만t을 수입하는 합의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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